지난 6주새 대형은행들 잇단 스캔들
금융산업 휘청…정부에 개입 요청도
금융산업 휘청…정부에 개입 요청도
세계 최대 금융가인 런던 시티가 잇단 스캔들로 휘청이고 있다. 최근 6주 사이에 터진 영국 대형은행 3곳의 잇단 스캔들은 런던 금융가의 명성을 훼손하고, 금융규제 강화를 피하려는 노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 보도했다.
지난 6월 바클레이스 은행의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거래금리) 조작과 에이치에스비시(HSBC) 은행의 마약조직 및 테러단체 자금 관리에 이어 6일 불거진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의 불법 금융거래가 런던 시티의 금융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파생상품 투자로 58억달러를 날린 제이피모건체이스 사건을 조사한 캐롤린 멀로니 하원의원은 “금융계의 모든 재앙은 런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런던 금융가의 느슨한 규제를 겨냥한 바 있다. 런던은 지난 1986년 마거릿 대처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금융가의 지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영국 정부도 투자업무와 소매금융을 분리하는 등 금융산업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금융거래세 도입에 반대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마저 지난 6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영국은 금융 범죄자들을 기소하는 데 매우 취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규제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런던 금융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쪽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 월가가 시티의 경쟁력을 죽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 금융가의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시티를) 공격한다”며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런던 금융가에 치명타가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이 문제로 영국 정부의 정치적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영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편,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쪽은 문제가 된 2500억달러의 “99.9%가 적법한 거래였다”며 “실무자 실수로 극히 작은 액수가 규정을 위반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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