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때보다 페이스북 43%·런런 80%·그루폰 76% ‘폭락’
성장세 둔화에 투자자 ‘싸늘’…창업자들 주식 매각 논란도
성장세 둔화에 투자자 ‘싸늘’…창업자들 주식 매각 논란도
미국 댈러스에서 사모펀드 회사에 근무하는 다린 존슨(28)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소셜미디어의 스티브 잡스로 여겼다. 페이스북의 성장 잠재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는 이 회사 주가가 20달러 중반대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페이스북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성장률이 5분기 연속 둔화한 반면 스톡옵션 등으로 나가는 비용이 급증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이 회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그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앞으로 소셜미디어 기업 주식에는 베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들의 주가가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자, 투자자들의 열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일각에선 2000년 3월 닷컴 버블의 붕괴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26일 12%나 폭락한 데 이어 31일에도 6%나 떨어져 주당 21.71달러로 마감됐다. 지난 5월 상장 당시 주가 38달러에 견줘 43%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소셜게임 서비스를 하는 징가의 주가는 지난 25일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는 실적 발표 다음 날 하룻새 37%나 빠졌다. 중국판 페이스북으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런런,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 주가는 각각 상장 이후 80%, 76%나 폭락했다.
시장의 새로운 총아로 떠올랐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에 투자자들이 갑자기 냉담해진 이유는 매출과 이용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들 기업의 수익 창출 잠재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페이스북은 2분기 매출 증가율이 32%로 나왔지만, 이 회사보다 몸집이 10배나 큰 구글의 같은 기간 성장률 35%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월 이용자 수는 9억5500만명으로 전분기보다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사용 기반이 피시에서 스마트폰으로 대거 전환되면서 광고 노출도가 떨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지엠은 지난 5월 페이스북의 광고 효과가 의문시된다며 1000만달러어치의 광고물량을 철수했다. 징가 역시 게임용 아이템 판매 외에 이용자들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만한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0억명 가까운 페이스북 이용자와 5억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 회사들의 성공 보증수표로 여겨졌으나, 이들이 모바일 기기에서 돈을 쓰게 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창업자와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들은 주식 상장을 전후해 자신들의 보유 주식을 대거 매각하고 있는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의 학습효과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식 거품이 꺼지면 차익 실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징가 창업자 마크 핀커스는 지난해 12월 주식 상장 이후 4개월 만에 1600만주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그는 주당 12달러에 매각했는데, 이는 현재 주가보다 4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핀커스는 지난 25일 실적 발표장에서 그의 주식 매도에 대한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90년대 말 인터넷 버블 당시에는 창업자들이 이렇게 빨리 주식을 매각하는 게 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월가 분위기와는 달리, 창업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들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벤처에 대한 투자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아직 거품 붕괴를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벤처캐피털인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NEA)는 지난 주 26억달러짜리 펀드를 조성했는데, 이는 벤처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불멸의 용역경비업체…허가 취소 ‘콧방귀’
■ 펜싱 동메달 최병철 “꼬마랑 해도 1초에 네번 못 찌른다”
■ 김영환 “대여섯시간 전기봉 고문당해”
■ 우간다 대통령 “악수 하지마” 왜?
■ [화보] ‘괴짜 검객’의 현란한 몸짓
■ 불멸의 용역경비업체…허가 취소 ‘콧방귀’
■ 펜싱 동메달 최병철 “꼬마랑 해도 1초에 네번 못 찌른다”
■ 김영환 “대여섯시간 전기봉 고문당해”
■ 우간다 대통령 “악수 하지마” 왜?
■ [화보] ‘괴짜 검객’의 현란한 몸짓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