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부채위기 악화에
미·중 경제지표 먹구름
‘전염의 공포’ 현실화
미·중 경제지표 먹구름
‘전염의 공포’ 현실화
세계 금융시장이 ‘검은 6월’을 맞았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깜깜한 터널로 접어든 모습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도 마찬가지다. 큰 폭풍을 예고하는 먹구름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38(2.8%)이나 떨어진 1783.13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776.85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개장하자마자 팔자(매도) 공세를 펼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지수 1800을 맥없이 무너지게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달러화 사자 주문이 증가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에 비해 4.3원 오른 1182원으로 장을 마쳤다.
아시아권의 다른 증시도 요동을 쳤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225 지수는 1.71% 떨어져, 올해 상승분을 하루 만에 모두 반납했다. 대만 자취안(가권)지수는 2.98% 밀려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2.7% 떨어졌다. 앞서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각국의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은 유럽의 부채위기가 세계적인 실물경기의 둔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확산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미국이 예상보다 부진한 고용지표를 내놓았고, 성장세를 유지하던 중국과 독일의 제조업 경기지표마저 하락세로 반전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다시 이는 세계적인 금융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듯하다.
증시 급락은 이른바 ‘전염의 공포’가 현실화한 것이다. 이는 2008년의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예언과도 맞아떨어진다. 루비니 교수는 유럽의 부채위기 확산,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뒤 다시 침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라는 삼각파도가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언한 바 있다. 세계 증시의 6월 첫 거래일의 장세는 그의 예언과 같았다.
폭풍은 당장 수그러들 기미도 없다. 이번 위기의 진앙지인 유로화 경제권은 정치적 구심점의 부재로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고, 미국도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그나마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구실을 해온 중국 등 신흥국조차 올해 들어 뚜렷한 경기둔화에 휘청거리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장보형 연구위원은 “미국은 사실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양적완화 등으로 감추어왔을 뿐이고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라는 양대 수출시장의 침체로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세계경제가 탈출구를 알 수 없는 변곡점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증시 하락과 관련해 일각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과잉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자산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관건은 연착륙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주요국 금융당국에서 대책이 나오려면 한달가량 기다려야 하고, 또 내놓은 대책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어서 증시는 바닥이 길게 형성되는 유(U)자형 흐름을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계기는 유럽 쪽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희미하다. 구용욱 케이디비(KDB)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통화정책으로는 돈을 더 풀고 재정은 긴축하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을 펴는 데 비해 유럽은 느슨한 단일통화 체제의 한계로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이달 말로 예정된 유럽 정상회의에서 어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용욱 선임연구위원은 “그리스나 스페인의 재정적자 문제보다 은행권의 숨겨진 부실과 누적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유럽발 악재의 충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위기 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좀더 과감한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응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일시적으로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수출 위주의 성장, 자본시장의 지나친 외화 의존을 완화하는 게 숙제다.
박순빈 선임기자, 권은중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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