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52)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확정됐다.
세계은행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로버트 졸릭 총재의 후임으로 김 총장을 선출하기로 결의했다. 김 총재는 20일 세계은행 총회에서 공식 선출되며, 7월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세계은행에서 아시아계 인사가 수장에 오른 것은 1944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미국 정부의 지명을 받은 김 총장은 이날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지지를 받은 강력한 도전자 응고지 오코노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제치고 총재로 선출됐다. 세계은행 총재직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몫인데다, 김 총장은 일본과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 이날 무난히 총재로 지명됐다. 김 총장의 총재 선출은 정치, 법조, 경제계 출신의 미국 백인 남성이 선출되던 관례를 깼다.
이번 세계은행 총재 선출에서는 이웨알라 외에도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콜롬비아 전 재무장관도 신흥국들의 지지를 받고 출마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오캄포 전 재무장관은 막판에 총재직 경선을 포기하고 이웨알라 장관 지지를 선언했다.
세계은행은 김 총장의 총재 선출에 즈음한 성명을 내고 김 총장 등 세명의 후보에게 깊은 감사를 표현하고 “이들 후보들은 세계은행 총재의 역할과 이 은행의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를 깊게 했다”고 치하했다.
그러나 이날 총재에 선출되지 못한 이웨알라 장관은 이사회에 앞서 미국이 독식하는 이 은행 총재직 선출 방식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했다. 그는 “이는 정치적 무게와 몫에 의한 투표이며, 그래서 미국이 가져가는 것”이라며 “이는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올해 초 국제통화기금 총재직 선출 때부터 미국과 유럽의 독식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몫을 주장하던 신흥국들의 목소리는 이번 세계은행 총재직 선출로 인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총재는 1964년 부모를 따라 미국 아이오와주로 이민을 간 뒤, 미국에서 성장했다.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1987년 의료구호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를 설립하고, 하버드 의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을 지내며 저개발국의 빈곤 타파와 질병 퇴치 등에 힘을 쏟아왔다. 2009년부터 다트머스대 총장을 맡으면서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직에 오르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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