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금융위기가 임박한 시점에 주택시장에 대해 한가로운 농담 따먹기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12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공개된 2006년 연준 회의록을 보면, 주택시장 거품이 꺼져가는 단계에서도 주택업자들의 절망은 연준 고위급들 사이에서 농담거리밖에 되지 않았다”며 “연준 이사 등은 주택 업자들이 (주택 재고를 털어내려고) 구매자들에게 제공하는 공짜 자동차 얘기나 팔리지 않은 빈집을 거주중인 집처럼 꾸며놓은 일들을 웃음거리로 삼았다”고 전했다.
연준은 2007년 말에는 금융시스템의 붕괴와 세기적 불황이 시작되는 걸 막기 위해 절망적인 몸부림을 시작해야 했으며, 2008년에는 부동산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파산과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입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2006년 내내 연준 고위급들은 한가롭고 낙천적이었다. 이들은 당시 주택시장 침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주택시장과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밀접하게 뒤얽혀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6주마다 열린 연준 회의록에는 이들의 오판과 무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연준 이사인 수잔 바이스는 2006년 6월 회의에서 “주택시장의 하강은 다른 분야로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봐야 하며, 이는 성장에 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 출신의 연준 이사였던 케빈 워시는 9월 회의에서 “자본 시장은 지금 시점에서 틀림없이 강건하다”며 “자본시장은 아마도 더 이윤을 내고 더 강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월 말에도 같은 의견을 냈다.
당시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으로 연준 회의에 참석했던 티모시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 역시 2006년 말까지 낙관론을 펼쳤다. 가이트너는 그해 12월 회의에서 “확장기조를 이어갈 경제토대는 여전히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뒤늦게 주택시장 침체의 파생 효과를 우려하긴 했으나 처음에는 마찬가지로 느긋했다. 버냉키는 의장으로서 처음으로 주재한 2006년 3월 회의에서 “내 생각엔 성장이 주택시장 때문에 궤도를 이탈하게 될 듯하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 다소 우려를 표명했지만 주택시장 붕괴가 카오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끝내 이르지 못했다.
20년 동안 연준 의장으로 미국 경제를 이끌다가 2006년 초에 물러난 앨런 그린스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물러나는 시점에서 곧이어 닥칠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으며, 연준 이사들은 그린스펀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2006년 1월 회의에서 자넷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장은 “그린스펀 의장은 경제를 굳건한 상태에 올려두고 공직을 떠난다”면서 “당신이 후임에게 물려주는 (경제)상황은 엄청나게 큰 스위트 폿(공이 잘쳐지는 라켓 부위)을 지닌 테니스 라켓과 같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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