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치 ‘예상 금리’ 밝히기로
“안정성” “시장 왜곡” 찬반도
“안정성” “시장 왜곡” 찬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앞으로 수년치의 기준금리 전망을 밝히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인 연준의 이번 조처는 금융시장 동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달 이런 방침을 정한 것으로 3일 공개된 회의록에서 드러났다. 연방공개시장위는 이달 24~25일 회의 뒤 현재 0%인 연방기금 금리의 지속 여부를 밝히면서 올해 연말 및 “향후 수년치”의 금리 전망을 발표하기로 했다. 연방공개시장위 위원 17명이 각각 은행간 초단기 대출금리인 연방기금의 금리 전망을 밝히는 식이다. 연준은 그동안 1년에 네 차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물가상승률 전망만을 밝혀왔다.
연간 네 차례 기준금리 전망을 내놓는다는 연준의 새 방침은 투명성을 앞세우는 벤 버냉키 의장의 뜻이 관철된 결과다. 그는 지난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연방공개시장위의 논의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연준에 덧씌워진 비밀주의를 벗어야 한다는 게 버냉키 의장의 지론이다. 연준은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기준금리를 언제 조정했는지, 얼마나 했는지, 왜 했는지조차 설명하지 않을 정도로 투명성과 거리가 멀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낮게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시중금리도 장기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경제주체들이 금리에 대해 느끼는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이미 내년 중반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미리 못박는 것처럼 비치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연준이 2000년대 들어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사인을 보낸 게 주택시장 거품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 연방공개시장위의 일부 위원들도 “우리의 전망이 특정한 정책 목표를 뜻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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