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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유로존 해법 또 거부…‘EU의 섬’ 돼가는 영국

등록 2011-12-09 19:19수정 2011-12-10 01:09

EU ‘17+6개국’ 재정 통합 강화
영, 금융규제 대상 제외요구 수용 안되자 참여 거부
프·독, 공개비판…일부 “재정난 획기적 조처 미흡”
8일 저녁부터 9일 새벽까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이사회 건물은 지난 60년간 유럽 통합 과정에서 가장 큰 갈등 축이었던 유럽 대륙과 영국의 대립으로 긴장감이 넘쳐났다. 영국을 한 배에 태우려는 프랑스와 독일, 조건이 맞지 않으면 배에 오르지 않겠다는 영국은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결론은 영국 등 4개국을 제외한 23개국이 유럽연합 체제 밖에서 재정 건전화를 위한 새 조약을 맺는 것으로 됐다. 유로로 화폐 통합을 하기로 한 ‘마스트리흐트 합의’로부터 20년이 되는 날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영국은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10시간 동안 회담했지만 유럽연합 전체가 참여하는 결론 도출에 실패하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샅바싸움에 지친 듯한 표정의 그는 9일 새벽 회의장을 떠나면서 “영국 친구들 입장 때문에” 유럽연합 차원의 조약이 불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캐머런은 영국을 금융서비스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례적으로 정상회의에서의 합의 불발의 책임과 관련해 상대의 요구 내용을 직접 공개한 것이다. 독일 정부도 캐머런 총리의 요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는 “힘들었지만 좋은 결정이었다”며 ‘할 일을 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영국 <가디언>은 유럽연합 정상들의 8일 만찬 회담 전 사르코지 대통령 및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캐머런 총리가 “아주 단호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재정 건전화 방안에 동의할 테니 금융거래세 도입 등 금융개혁 대상에서 영국을 빼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금융업이 발달한 영국은 금융 규제 강화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더한 고립을 자초하면서까지 유럽 대륙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다. 영국과 함께 이번 합의에는 동참하지 않은 스웨덴과 체코, 헝가리는 의회와의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 나라가 나중에 대세를 따른다면 영국은 홀로 남겨지게 된다.

영국은 유로를 화폐로 채택하지도 않고 ‘국경 철폐’ 조약인 솅겐조약에도 가입하지 않아 ‘무늬만 유럽연합 국가’라는 말까지 들어왔다. 부결되기는 했지만 영국 하원은 지난 10월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지에 관한 표결까지 했다. 영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해 유럽연합에 완전히 편입되는 데 주저한다는 게 정설이다. 영국과 대륙의 틈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독일, 프랑스와 함께 유럽의 3강인 영국이 나머지와 소원해진다는 것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이상이 무색해지고 ‘투 트랙 유럽’이 현실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회의의 결과가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일단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9일 아시아 증시는 회의 결과를 보고도 하락한 채 마감했지만 유럽은 상승세로 출발했다. 새 조약의 한계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번 대책은 경제가 성장세를 보일 때의 ‘구조적 적자’ 허용 폭을 0.5%로 제한했지만 침체기는 예외로 하기로 한 것은 ‘빠져나갈 틈’을 마련해놓은 셈이다. 위반국 제재가 완전히 자동적인 게 아니고 다수가 반대하면 면책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타협의 산물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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