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하딩 윈튼캐피털 회장
하딩 영국 윈튼캐피털 회장 “정부가 금융 로비스트처럼 행동” 일침
영국 런던 금융가의 대표적 헤지펀드 창업자가 이례적으로 금융거래세를 조건부 지지하고 나섰다. 주식·채권·외환 등의 금융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과도한 투기성 거래를 억제하려는 금융거래세는 유럽연합(EU)이 2008년 금융위기 이래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영국 정부가 자국의 금융산업 위축 우려를 들어 거세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데이비드 하딩(사진) 윈튼캐피털 회장이 “금융거래세 재원 일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초국적 규제를 지원한다고 해도, 낮은 수준의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딩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럽증권시장청은 지난 1월 설립돼 한층 강화된 금융거래 규제 흐름을 이끄는 유럽연합의 금융감독기관이다.
하딩 회장 같은 헤지펀드 업계 거물이 영국 재무부 장관이 ‘런던의 심장을 겨누는 총탄’이라고 비난한 금융거래세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윈튼캐피털은 운용 자산이 260억달러, 세계 23위 규모의 대표적 헤지펀드다. 하딩 회장은 7억71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해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금융인으로 꼽히며 영국 보수당의 대표적 후원자이기도 하다.
하딩 회장은 또 “영국 재무부와 금융감독청(FSA)이 금융산업의 로비스트 조직처럼 행동하는 데 대해 깜짝 놀란다”면서 “영국에서는 모든 사안을 반영국적인 음모론으로 보려는 경향이 지나치고,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모두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이다”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유럽만 금융거래세를 먼저 도입하면, 금융회사들이 미국이나 홍콩으로 이전할 우려가 있다”면서 독일·프랑스 등을 주축으로 한 금융거래세 찬성파에 맞서 확고한 반대 태도를 견지해왔다. 실제 이달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27개국의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영국의 반대로 금융거래세 합의가 끝내 무산된 상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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