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디폴트 가능성도”
유럽연합(EU)의 모든 나라들이 현재 부채위기로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처해 있다고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27일(현지시각) 밝혔다. 최근 유럽의 부채위기가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를 넘어 독일·프랑스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언급돼 왔지만, 신용평가사가 이를 공식 경고한 것은 처음이다.
무디스는 이날 특별논평에서 “유로 지역 국가재정과 금융부문에서 가파르게 고조되는 위기는 모든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또 “유로존 국가들 중 복수의 디폴트(지급불능) 가능성을 더는 무시할 수 없다”며 “유동성 위기가 오래 지속될수록, 디폴트 가능성이 더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특히 동시적인 디폴트 사태가 해당 회원국의 디폴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현저히 증가시켜 결국 유로화 와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복수의 이탈 시나리오는 “모든 유로 지역과 유럽연합 국가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반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무디스는 내년 1분기 중 유럽연합 회원국의 신용등급 재조정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무디스는 “단기적으로 시장상황을 안정시킬 정책이 부재하고, 시장상황을 안정시킬 다른 요인도 없어서, 신용위기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유로 지역 전역의 경제적 전망 악화는 부정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2년 동안 역내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한 유로 지역에서는, 최근 최우량 신용등급 국가인 프랑스까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언급되자 예산 삭감을 서둘러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이탈리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의 6000억유로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유로 가치가 올랐으나, 통화기금은 이후 지원설을 부인하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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