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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세금 내느니 ‘클림트’ 기부”
미 부자들 ‘나쁜 자선’ 논란

등록 2011-11-28 15:58수정 2011-11-28 22:31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에스티 로더, 수년간 수천만달러 연방세 감면 혜택
“존경받아야할 기부행위, 절세에 악용 안돼” 지적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자들의 자선과 기부 행위가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7일(현지시각) 거액의 예술품 기부와 다양한 자선 사업을 통해 합법적으로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절약한 미국 에스티 로더 가문의 사례를 집중조명했다. 화장품 회사로 유명한 에스티 로더 기업의 상속자이자 미술 애호가인 로널드 로더(67)는 반 고흐, 세잔, 마티스 등의 작품들을 수집해 이를 미술관 등에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기증 금액에 따라 세금을 공제해 주는 제도로 인해 그는 “명성 외에 거액의 세금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2006년 경매에서 당시 미술품 최고가인 1억3500만달러를 주고 낙찰받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그림)을 자신이 운영하는 뉴욕의 노이에 갤러리에 기증했다. 이해에 그는 자신이 소유한 유럽 방송사인 시엠이(CME)의 주식 1억9000만달러어치를 매각해 상당한 규모의 개인소득을 기록했는데, 결과적으로 클림트 작품 기부가 소득세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동유럽 유대인 출신인 로더는 동유럽 유대인 공동체 재건 단체에 기증한 거액도 기부로 인정받아 역시 세금감면 혜택을 받았다.

또 로더와 아내 조 캐럴은 자선재단을 만들어 지난 5년간 병원에 기증을 계속했고, 세계 각지의 미 대사관 건물 개축 등에도 2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로더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대표적인 자선재단인 카네기 재단이 수여하는 사회공헌 메달도 받았다. 이런 자선과 기부로 로더 가문은 미국 일반인들에게 ‘예술을 사랑하는 부자’, ‘존경받는 부자’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미 국세청은 최근 몇년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세금망을 빠져나가려는 로더와 소송, 법 개정 등으로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로더의 클림트 작품 기부와 이로 인한 거액의 세금감면 이후, 예술품 기부에 대한 세금감면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고 있다. 신문은 미술품 기증 등의 방식으로 <포브스> 기준 세계 362번째 부자인 그가 지난 수년간 수천만달러의 연방세 감면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로더는 소유 방송사 시엠이의 본사를 세금 피난처인 버뮤다에 두고 있으며, 위탁사업체를 만들어 이곳에 자신과 가족들의 부동산, 주식 등을 집어넣어 부동산 관련 세금도 절약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의회에서 이처럼 기부가 절세와 연결되는 것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내년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세운동 단체인 ‘부의 나눔을 위한 사업’의 사무총장인 스콧 클링거는 “기부 행위는 존경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런 기부 행위가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법률적으로 허용해선 안 된다”며 “그러지 않는다면, 나쁜 목적을 위해 기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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