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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최빈국 털어먹는 ‘벌처펀드’

등록 2011-11-16 20:20

전쟁·재해 피해국 채권 헐값 사들여 비싸게 되팔아
FG헤미스피어 “민주콩고 국채 30배로 되팔겠다”에
영국 구호단체 “투기자본의 합법적 강탈 규제하라”
이른바 ‘벌처 펀드’가 세계 최빈국들의 고혈을 빨아 배를 불리고 있다.

‘벌처 펀드’는 파산했거나 그 직전에 몰린 기업의 주식을 싼 값에 인수해 비싼 값으로 되팔아먹는 이른바 ‘구조조정’ 전문 금융업체다. 그 펀드들이 전쟁과 가난, 자연재해 등 비상사태로 신음하는 나라들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해당국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엄청나게 부풀린 값으로 환매해 차익을 얻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와 일간 <가디언>의 합동탐사보도팀이 15일 보도한 사례는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금융 투기자본의 몰염치한 탐욕의 전형 중 하나다. 미국의 벌처펀드인 ‘FG 헤미스피어’는 1990년대 콩고 내전 당시 사들인 콩고민주공화국(DRC·이하 민주콩고)의 국채 330만달러어치를 원가의 30배인 1억달러에 환매하게 해달라는 심판청구를 영국 법원에 냈다. 관할 법원인 영국 왕실령의 자치 섬 저지(JERSEY) 법원은 다음달 이 청구의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과 홍콩 법원이 청구를 기각하자 규제가 느슨한 영국 자치법원에 청구를 낸 것이다.

‘FG 헤미스피어는 미국 투자금융사 모건 스탠리의 컨설턴트 출신인 피터 그로스만이 운영하는 투기금융사다. 그로스만은 앞서 2007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민주콩고 채권을 비싸게 팔아 3000만달러를 챙겼다.

영국 구호단체들은 법원과 정부가 투기자본의 합법적 강탈을 규제하라고 촉구하며 법개정 로비 활동에 나섰다. 부채탕감 운동단체인 ‘주빌리 부채 캠페인’의 팀 존스는 “저지와 같은 역외법원이 위험한 불법거래를 차단하는 선도자 구실을 해야 한다”며 “이번 소송과 같은 법적 허점을 메우지 않으면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옥스팸도 “정부가 투기자본의 조세천국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내일이라도 법적 구멍을 차단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피터 그로스만 대표는 “난 합법적 채권 환매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탐사보도팀은 이 회사가 민주콩고의 채권을 불법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의 콩고 채권은 애초 보스니아 정부의 소유였다. 그러나 네자드 브란코비치 전 보스니아 총리가 국유자산인 이 채권을 착복해 그로스만에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보스니아 금융감독국은 “브란코비치의 행위는 권력을 남용한 불법이므로 형사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스니아 검찰은 브란코비치를 아직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로스만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1억 달러를 챙기겠다는 게 공정하다고 보느냐”는 보도팀의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문제의 채권이 불법이란 사실을 몰랐다고도 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방역 전문가인 부카리 타레는 “1억달러는 콜레라로 죽어가는 어린이 20만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민주콩고, 카메룬, 에티오피아, 수단, 우간다 등 아프리카의 최빈국들이 벌처펀드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알려진 것만 전세계 26개의 헤지펀드가 가난한 나라들에게서 14억7000만달러의 채권환매 차익을 노리고 있다. 국제적십자사 올해 아프리카 구호 예산의 2배 규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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