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베어스턴스 되나’ 걱정
“내년 선진국발 경기침체”
“내년 선진국발 경기침체”
유럽 부채위기 해결책 타결의 효과는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유럽 부채위기의 뇌관인 그리스가 자신들에 대한 구제금융안의 국민투표 회부를 결정함으로써, 진통 끝에 타결된 유럽 부채 해결책도 머쓱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주 타결된 해결책의 핵심은 은행 등 민간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과 더불어 관련국의 긴축 강화였다. 이는 당분간 경기침체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한달 동안 호조를 보였던 유럽과 미국 증시가 31일(현지시각)부터 일제히 추락한 것은 이제 그 ‘엄혹한 미래’를 감내해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 선진국 경기침체 국면 진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추정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였다. 미국은 2.6%와 3.1%였다. 하지만 개발기구는 이날 전망을 수정해, 유로존은 1.6%와 0.3%, 미국은 1.7%과 1.8%로 대폭 깎아내렸다. 결론은 내년에 선진국발 경기침체가 온다는 것이다. 개발기구는 G20이 “특정 국가들과 지역들에서 단호한 조처들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대담한 조처”를 취하지 못한다면, 세계경제는 월가발 세계 금융위기를 겪던 2007~2009년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날 내놓은 ‘2011년 세계 일자리 보고서’의 전망도 암울하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사회불안을 촉발할 심각하고 새로운 일자리 침체 국면에 다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구는 현재 상태에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일자리가 회복되는 데에는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 제2의 베어스턴스? 이날 미국 선물중개업체인 엠에프(MF)글로벌의 파산은 이제 유럽 부채위기가 대서양을 건너 본격적으로 미국에 상륙했음을 보여줬다. 미국 역대 파산업체 중 자산규모로 8번째(410억5000만달러)인 엠에프글로벌은 유럽 부채위기가 직접 무너뜨린 첫 미국의 대형 금융업체가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와 뉴저지 주지사를 지낸 존 코자인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뒤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매입에 ‘올인’하다가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렀다. 금융 당국은 이 회사의 파산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엠에프글로벌이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베어스턴스의 파산은 다음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월가발 금융위기의 전주곡이었으나, 시장과 금융당국은 이를 과소평가한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