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임금 인상 탓…미 의류 최대치 상승 등 파장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전세계에 불황 속에서도 생필품 가격은 오르는 우울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해 대량 저가 수출에 나서면서 전세계는 지난 20년 동안 값싼 중국산 제품에 의존한 ‘생활 수준 향상’의 시대를 누렸지만, 이런 흐름은 끝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21일 분석한 1991년 1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미국내 의류 가격 변화를 보면, 현재 가격은 1991년보다도 낮은 수준이긴 하나 몇달 전부터 최근 수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올 봄까지 미국내 의류 가격은 1991년 12월에 비해 약 9%나 낮았지만, 현재는 약 5% 낮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최근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상승률은 3.6%로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푼 대량의 돈 때문이지만, 중국의 저가 수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현상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의류 가격은 1998~2003년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급락하기 시작해 2007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중국산 수출품이 미국내 생필품 가격을 떨어뜨리자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의 황금시대가 도래했다는 환상이 퍼져나갔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계속 돈을 푸는 정책을 선택해 부동산 거품이 폭발했다.
중국에서도 이런 모델은 지속불가능한 임계점에 이르렀다. 중국의 저가 경쟁력을 지탱하던 ‘저임금 노동력의 무한정 공급’ 신화와 수출 주도 성장모델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자녀 정책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서부대개발 등으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고, 신세대 농민공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도 분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2.5 계획’을 통해 올해부터 5년 안에 임금을 2배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실제로는 연 20~30% 정도 임금이 오르고 있다.
위안화 절상도 중국산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위안화는 올들어 4.1% 이상 올랐으며, 2005년 7월 이후엔 30.27%나 절상됐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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