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정기금 확대안
부결시켰다가 가결 합의
만장일치제 허점 드러내
부결시켰다가 가결 합의
만장일치제 허점 드러내
슬로바키아 의회가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의 핵심 구실을 맡게 될 유럽금융안정화기구(EFSF) 확대안을 11일 부결시켰다. 여야가 이날 밤 의회에서 14일까지 재투표를 통해 가결하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유로존 체제의 허약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슬로바키아는 이날 유로존 국가 중 마지막으로 확대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실시했다. 10시간의 오랜 토론 끝에 표결에 부쳐진 확대안은 과반(76표)에 크게 못 미치는 찬성 55표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부결 이후 집권연정 3당과 좌파 성향의 제1야당 스메르당은 14일까지 재투표를 치러 확대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확대안이 부결된 것은 중도우파 집권연정을 이루고 있는 4개 정당 중 제2당인 ‘자유와 연대’(SaS)가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리하르트 술리크 자유와 연대 대표는 이날 표결에 앞서 “자식들 앞에서 빚을 떠넘겼다는 수치심을 느끼기보다는 브뤼셀(유럽연합)의 추방자가 되겠다”며 반대를 호소했다.
부결에 따라, 확대안을 내각 신임과 연계했던 이베타 라디초바 총리 정부는 내년 3월10일 조기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은 이번 표결 결과가 확대안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단 복잡한 국내 정치상황 속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의 성격에 가까웠다고 분석했다.
반대 기류가 강했던 독일(EFSF 부담률 27.13%), 네덜란드(5.71%), 핀란드(1.8%) 의회조차 통과시킨 확대안을 유럽금융안정화기구 부담률이 1%에 불과한 가난한 유로존 ‘새내기’(2009년 가입) 슬로바키아가 ‘태클’을 걸었던 데 대해 유로존 국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요 사안에 대해 회원국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유로존이 한 나라의 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전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향후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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