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채권 1600억 매도
“타이계 자금, 한국 채권 대량 매도설···원-달러 환율 1150원대 진입 대비한 포지션”
지난 19일 오후 2시30분께 여의도 증권가의 메신저를 통해 급히 전해진 루머다. 타이 등 동남아시아계 자금이 원-달러 환율 폭등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한국 채권시장을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타이는 한국채권을 10조원 보유한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큰 손이다. 그 시각 원-달러 환율은 22원 폭등하며 1130원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외국인의 증권매매 동향을 매일 체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에 문의가 빗발쳤다. 금감원은 즉각 부인했다. 타이계는 지난 16일 원화채권을 99억달러어치 순매수했고 이날도 체결 기준으로 230억 매수 우위라는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금감원 담당자도 “왜들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 외국인은 여전히 한국채권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임박설 등으로 어수선했던 이날 환율은 3.50원 오른 1116.0원으로 개장해 오전 한때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가파르게 올라 결국 24.50원 폭등한 1137.00원에 장을 마쳤다.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 금리도 치솟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1%포인트 폭등한 3.51%에, 5년물 금리는 0.13%포인트 뛴 3.61%로 마감됐다. 역시 타이 등 아시아 중앙은행의 자금 이탈 소문이 충격을 준 것으로 관측됐다.
장이 끝난 뒤 트레이더 등 일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불안한 증시가 악성소문에 놀아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악성소문만은 아니었다. 타이계는 지난 16일 한국 채권 16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금은 20일 결제되면서 환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감원의 증권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19일 한국 채권시장에서 3403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타이계는 397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환율은 오전 중에 1150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루머가 불편한 진실의 일부를 보여준 셈이다.
지난 15일에도 같은 시각인 오후 2시30분,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것이라는 소문이 메신저로 돌았다. 무디스가 이탈리아 등급 강등을 경고한 시점이 6월17일로, 검토기간 90일이 지나는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됐다. 다음날 무디스는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다음달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일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무디스가 아닌 라이벌 신용평가사인 에스앤피(S&P)에 의해서다. 이번 루머는 사실관계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적중했다. 증권가 루머에는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악성코드도 적지 않다. 문제는 여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극도로 불안한 투자심리다. 유럽과 미국의 상황이 하루하루 반전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계 등 외국인 자금 이탈의 사실 여부보다는 그동안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방화벽 역할을 해온 외환시장마저 9월 들어 동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환율이 폭등하면 최후의 보루인 채권시장도 흔들리면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형민 동양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 이어져온 유럽계 자금 유출을 아시아와 미국계 자금이 상쇄해줬는데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손실이 커진 외국인이 한국물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자금 이탈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유럽은행들의 자금경색 이슈로 당분간 환율이 출렁거리며 채권시장의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일 오후 2시30분은 무사히 지나가길 기대한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지난 15일에도 같은 시각인 오후 2시30분,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것이라는 소문이 메신저로 돌았다. 무디스가 이탈리아 등급 강등을 경고한 시점이 6월17일로, 검토기간 90일이 지나는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됐다. 다음날 무디스는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다음달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일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무디스가 아닌 라이벌 신용평가사인 에스앤피(S&P)에 의해서다. 이번 루머는 사실관계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적중했다. 증권가 루머에는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악성코드도 적지 않다. 문제는 여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극도로 불안한 투자심리다. 유럽과 미국의 상황이 하루하루 반전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계 등 외국인 자금 이탈의 사실 여부보다는 그동안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방화벽 역할을 해온 외환시장마저 9월 들어 동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환율이 폭등하면 최후의 보루인 채권시장도 흔들리면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형민 동양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 이어져온 유럽계 자금 유출을 아시아와 미국계 자금이 상쇄해줬는데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손실이 커진 외국인이 한국물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자금 이탈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유럽은행들의 자금경색 이슈로 당분간 환율이 출렁거리며 채권시장의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일 오후 2시30분은 무사히 지나가길 기대한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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