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국가 부채 위기가 은행권으로 확산돼 신용경색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럽연합이 비밀리에 유로 재무장관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각)부터 이틀 동안 폴란드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동을 앞두고 유럽연합 산하 경제재정위원회(EFC)가 이런 비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우선 “유로존이 국가 부채 증가, 은행 자금 경색, 마이너스 성장 간의 ‘악순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어 “지난여름 동안 부채 시장의 긴장이 심화됐고, 은행 자금조달 위험도 증가했다”며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변했다”고 밝혔다. 시스템 리스크는 금융 혼란이 특정 지역이나 시장을 넘어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며 번지고 있다는 뜻으로, 경제재정위원회의 보고서는 2008년의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13일 그리스 채무의 4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에 대한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보고서는 “(유로권) 은행 재원을 보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14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설에서 “세계가 새로운 경제 위험 지대에 진입했다”며 “유럽, 일본 및 미국이 책무를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면, 그들 자신은 물론 전세계 경제도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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