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심리에 안전자산 가격 폭등
스위스 2년 만기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채권을 사면서 도리어 돈을 더 내야 할 판이 된 셈이다. 재산을 믿고 맏길 만한 데가 없는 극심한 ‘불확실성의 시대’ 덕분에 금, 일본 엔 등 비교적 믿을 만한 안전자산의 가격은 천장을 뚫고 치솟고 있다.
스위스의 2년 만기 국채 가격은 19일 마이너스 0.06%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만기시 국채를 산 돈보다 덜 돌려받게 된다. 스위스 2년물 채권의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일 이후 두번째다. 스위스의 10년만기 채권은 <블룸버그>가 자료를 수집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0.86%를 기록했다.
스위스 채권 뿐만 아니라 미국 10년만기 채권의 가격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2% 아래로 내려갔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도를 낮춘 뒤 채권 가격이 도리어 치솟고 있는 셈이다. 이날 금 가격은 기록적인 가격인 온스당 1877달러를 기록했고, 일본 엔은 달러당 75.93엔까지 가격이 낮아졌다. 금 가격은 2주동안 200달러 이상 올랐는데, 이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맨의 국제외환전략팀장 마크 챈들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런 현상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영역”이라고 표현했다. 매우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 증시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 틀림없는 상황에서 돈이 흘러들 만한 곳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달에 전세계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420억달러(45조5500억원)에 이르고, 이는 금융위기가 절정이던 2009년 2월 이후 최대 규모다. 5월부터 계산하면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은 11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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