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물지표 추락에
유럽은행 부실 불안감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4.2→3.9%로 하향조정
유럽은행 부실 불안감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4.2→3.9%로 하향조정
‘더블딥 징후’가 세계 증시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이달 들어 나타났던 심리적 공포의 연쇄반응의 연장선이긴 하나 실물지표의 하락이 하나둘 더 확인되면서, 이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동시 더블딥(경기 재침체)이라는 최악의 먹구름이 몰려왔다는 지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19일 아시아에 이어 유럽 증시가 재폭락한 것은 유럽은행에 대한 위기감이 불을 붙이고 미국의 실물지표 하락이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 경기지표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9000건 증가, 7월 기존주택 판매 3.5% 하락, 소비자신뢰지수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 등으로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전방위로 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미국 당국이 유럽계 대형은행 미국지사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가 유럽은행발 세계 금융위기 우려까지 키우면서, 시장에는 경기침체의 재도래 전망이 엄습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8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4.2%에서 3.9%로 내렸다.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특히 선진경제권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추면서 “미국과 유럽이 6~12개월 안에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4분기가 “가장 심각한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7%로 내렸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더블딥이 코앞”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몇달 안에 최소 3500명을 감원하기로 하고 해고 통보를 시작하는 등 고용 악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날 미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나타내는 ‘공포지수’는 35% 급등해 42.7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950년 이후 처음으로 2% 밑으로 가라앉았다. 당일 미국과 유럽 증시가 4~5% 폭락했고, 19일에도 아시아와 유럽 증시의 화살표가 아래로 향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51% 떨어진 것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가 거듭 추락했다.
정책당국이 마땅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3차 양적완화에 나설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관론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이에 맞서는 반론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부정적 지표들은 실물경제 활동보다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실제 경제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는 그렇게 많이 악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7월 민간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15만4000명 증가해 블룸버그가 사전집계한 전망치 11만3000명보다 증가폭이 컸다. 7월 실업률도 9.1%로 6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경기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7월 소매판매가 전달에 비해 4개월 내 최대 폭인 0.5% 증가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장은 18일 재계 인사들과 만나 “(미국이 또다시) 침체에 빠질 위험이 6개월 전보다 다소 높아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될 확률은 매우 낮고, 경제가 하반기에는 전반기보다 훨씬 나아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낙관론에 대한 시장의 메아리는 비관론이 드리운 지금, 거의 들리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지속적인 주가 하락은 소비자와 기업 심리를 위축시키고, 이 경우 소비가 줄고 투자가 위축돼 주가는 더 떨어진다”며 이를 악재의 악순환, ‘네거티브 피드백’으로 표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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