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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버냉키 또 달러 풀까
가이트너 또 해결사로

등록 2011-08-08 20:33수정 2011-08-08 21:38

2008년 이어 금융위기 다시 맞은 그들
연준 ‘3차 양적완화’ 관심사로
경기악화 보면 풀어야 옳고
인플레율 보면 묶어야 맞고
어떤 선택 해도 ‘딜레마’에

2008년 금융위기 상황의 재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미국 경제 상태는 여러모로 3년여 전 상황을 반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줄기차게 고개를 드는 금융시장 불안과 이를 달래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속적 개입이다.

일단 연준이 9일(현지시각)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대규모 시장 안정책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공개시장위나 그 위원장인 벤 버냉키 의장의 입이 주목받는 것은 다른 대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은 금융시장에 심각한 난기류가 발생할 때마다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으로 돈을 풀어 금융시장을 떠받쳐왔다.

핵심은 연준이 3차 양적완화에 나설지다. 금리는 이미 실질적으로 제로이기 때문에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연준은 과거 1차(2008년 10월~2010년 3월)와 2차(2010년 12월~2011년 6월) 양적완화로 2조3000억달러(약 2485조원)를 풀었다. 미국 국채를 매입해 ‘돈의 홍수’를 일으켜 금융시장의 하강기류를 되돌린다는 의도였다.

3차 양적완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드러난 버냉키 의장의 의중은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하원 청문회에 나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놓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양적완화의 조건으로 경기가 기대 이하로 둔화되거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제시했다. 지금은 경기에 대한 우려가 깊어져 3차 양적완화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율은 2분기에 3.1%로 연준의 목표치(2%)를 넘어섰다. 버냉키 의장으로서는 3차 양적완화를 선택해도, 또는 선택하지 않아도 모순이 발생한다.

1·2차 양적완화가 실시됐기 때문에 3차가 시행되더라도 시장의 감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천문학적 돈이 풀린 1·2차 양적완화도 효과가 별로였다는 야박한 평가도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긴축에 나서려는 찰나여서 행정부로부터 재정정책이라는 원군을 얻을 수도 없다. 양적완화가 지난해 ‘환율전쟁’의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개발도상국들의 통화 안정성을 위협했다는 비난도 부담이다.

<로이터> 통신은 연준이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이며, 무슨 정책을 펴더라도 실질적 효과를 내기보다 ‘연준이 무언가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미 재무장관에 재신임
“S&P가 끔찍한 판단”
맹공미 정치권 ‘네탓’ 공방 가열
“티파티 책임”-“오바마 잘못”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뉴욕 연방준비제도(연준) 총재였던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과 함께 베어스턴스 매각 등 위기 진화과정에서 특급 소방수로 나선 바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가이트너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킨 스탠더드앤푸어스(에스앤피)와의 전쟁터에서 최전선에 나서고 주요 7개국(G7)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 다시 한번 위기 진화에 투입됐다. 지난달 초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되면 사임할 뜻을 밝혔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한번 그에게 ‘고!’ 사인을 보냈다.

7일(현지시각)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가이트너 장관에게 현직을 계속 수행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가이트너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강등 이후 공화당 정치인들의 가이트너 장관 경질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한편, 불안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해석했다.

가이트너는 이날 <시엔비시>(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에스앤피가 정말로 끔찍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10년간 미국 부채액 예상치를 2조달러나 과다하게 계산했던 에스앤피를 맹공했다. 그는 또 “미국은 워싱턴(의 정파싸움)보다 강하다”는 말로 미국 경제의 재건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의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 정치권의 ‘네 탓’ 공방은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고위 간부들은 이날 일제히 방송에 나와 신용등급 하락의 진원지로 국가부채 증액 협상에서 강경론을 주도했던 티파티를 지목하는 등 공화당을 맹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데이비드 액셀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시비에스>(CBS) 방송에 출연해 “티파티가 우리를 디폴트 직전으로 몰고 왔다”고 말했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도 <엔비시>(NBC) 방송에 나와 “(이번 신용등급 하락은) 의심 없이 티파티 다운 그레이드(강등)”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티파티 계열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시비에스> 방송에 나와 이를 반박하면서 “티파티가 워싱턴(미국 정가)을 파괴한 게 아니라, 티파티 전에 워싱턴은 이미 파괴돼 있었다”고 맞받았다. 공화당 대선주자를 지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책임의 상당수는 대통령의 리더십 실패”라고 항변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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