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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안전해서 불안한 스위스…치솟는 프랑 ‘비명’

등록 2011-08-04 20:47

미국·유로 경제 위기 탓 ‘안전자산 프랑’ 고공행진
시계·관광 등 수출 타격…금리인하·통화방출 방침
피난처 찾기에 혈안이 된 투자자들이 작은 나라 스위스로 눈을 돌리면서 스위스 정부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이라는 두 공룡이 동시에 비틀거리면서 스위스프랑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은 3일 통화 가치를 붙잡아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스위스국립은행이 통화 절상 때문에 “경제 전망이 심각하게 악화됐다”며 금리 인하와 통화 방출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조용한’ 태도를 고수하던 스위스국립은행이 이처럼 전면적 개입을 선언할 정도로 스위스 프랑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일에는 1달러에 0.764프랑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스위스 프랑은 올해 달러에 견줘 22% 뛰었고, 유로에 대해서도 15% 상승했다. 스위스 은행가들 사이에서 “프랑은 금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화폐 가치가 뛰자 스위스인들이 이웃나라 프랑스로 원정 쇼핑에 나서 포도주 등을 실컷 사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같은 돈으로 물건을 더 살 수 있으니 소비자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전통적 수출품인 시계 등 사치재는 상대적으로 값이 뛰면서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자가용 제트기를 몰 정도의 갑부도 ‘값이 내려가면 사겠다’며 명품 시계 구매를 꺼린다고 전했다. 역시 대표 산업인 관광업에도 타격이 오고 있다.

스위스 화폐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스위스 프랑은 미미하나마 국제 화폐시장에서 준비통화 역할도 해왔다. 건전한 재정 상태와 고객의 비밀을 잘 지켜주는 은행들의 영업 전통은 스위스 화폐를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유럽 주변국 정부들이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오르내리는 빚에 허덕이지만 스위스의 부채 비율은 38%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의 통화 가치 상승은 더 감내하기 어렵다는 게 스위스 정부의 판단이다. 스위스국립은행은 2009년과 2010년에는 190억프랑, 올해 전반기에 108억프랑을 외환시장에 쏟아부었지만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따라서 환율 변동에 시달릴 바에야 유로를 채택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뿐 아니라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달러도 상승세를 타면서 사상 최고점 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스위스 은행 유비에스(UBS)의 이사 만수르 모히우딘은 4일치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 유로, 엔이라는 3대 통화(G3)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신 미국, 유럽, 중국과 교역이 많은 나라의 통화인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오스트레일리아 달러가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세 통화를 주요 통화들에 대한 ‘3대 그림자(shadow) 통화’(S3)로 명명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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