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1대 총재로 추대된 크리스틴 라가르드(55) 프랑스 재무장관
라가르드 프 재무장관
국제통화기금 새 수장에
정치력·뛰어난 보좌진 강점
국제통화기금 새 수장에
정치력·뛰어난 보좌진 강점
이변은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는 28일 크리스틴 라가르드(55·사진) 프랑스 재무장관을 11대 총재로 추대했다. 외신들은 막판까지 경합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양보해 표결까지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성폭행 사건으로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뒤를 잇는 라가르드는 다음달 5일 취임한다.
이로써 2차대전 직후 설립된 양대 금융기구 중 국제통화기금은 유럽이, 세계은행은 미국이 수장직을 차지한다는 묵계는 지켜졌다. 비유럽인 총재가 나올 때가 됐다는 여론도 힘을 얻었지만 미국은 라가르드를 낙점해 전통을 고수했다.
하지만 라가르드의 선임은 다른 면에서 여러 이변과 ‘최초’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처음으로 여성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탄생한 것이다. 세계은행에도 여태 여성 총재가 없었다. 이를 포함해 경제기구들이나 경제학계가 여성들과 인연이 멀었기 때문에 더 의미심장한 일이다. 노벨경제학상은 제정된 지 40년이 지난 2009년에야 첫 여성 수상자를 배출했다.
라가르드가 가진 ‘최초’ 기록은 이것만이 아니다. 변호사인 그는 1999년 변호사 수가 3700여명인 미국계 로펌 베이커&매킨지에서 첫 여성 회장이 됐다. 2005년 프랑스 정부에 들어가 무역장관과 농수산장관을 역임한 라가르드는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 출범과 함께 재무장관에 오른다. 주요 8개국(G8)에서는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탄생한 것이다. 이런 라가르드가 국제통화기금의 조직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는 프랑스 방송 인터뷰에서 “(국제통화기금 집행이사회에서) 남자 24명한테서 질문을 받으면서, (여자인 내가 총재가 돼) 상황이 조금씩 바뀌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첫 국제통화기금 총재도 된다. 10대 때 프랑스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국가대표였다는 사실도 화젯거리다. 아들 둘을 둔 라가르드는 첫 남편과는 이혼하고 2006년부터 사업가와 동거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능수능란한 정치력과 탁월한 영어 구사력, 뛰어난 보좌진이 라가르드의 출세 도구로 꼽힌다고 전했다. 그는 당장 이런 능력을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에 써야 한다. 라가르드가 유럽 편향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며 견제구를 날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국에서 25년이나 살아 반은 미국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에 과도한 정부 배상금이 지급되게 했다는 의혹이 막판에 발목을 잡는듯 했지만, 프랑스 검찰은 곧 수사를 접겠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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