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3차 오일쇼크’ 우려
‘석유무기화 가능성’ 으르며 부족 압박
리비아 최대 석유회사도 “생산 중단”
영 브렌트유 2년5개월만에 ‘110달러’
‘석유무기화 가능성’ 으르며 부족 압박
리비아 최대 석유회사도 “생산 중단”
영 브렌트유 2년5개월만에 ‘110달러’
영국 런던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는 23일 2008년 9월 이래 처음으로 배럴당 110달러를 기록했다.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2% 가까이를 차지하는 리비아가 내전 위기로 치닫고 궁지에 몰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가 석유를 무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지며 국제유가 상승세에 불이 붙은 것이다. 도쿄 상품거래소 원유 스폿시장에서는 우리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가 한때 배럴당 104달러대로 올랐다.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로 주요국 증시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제3차 오일쇼크(석유파동)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생산 차질은 가시화되고 있다.
외신들은 23일 리비아의 모든 항구와 터미널이 잠정폐쇄됐다고 전했다. 국제 원유 생산 기업들도 리비아에서 원유 생산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이탈리아의 석유회사 에니(ENI)와 스페인 석유회사 렙솔-이페에페(YPF)가 한시적으로 원유 생산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에니는 리비아에서 하루 24만4000배럴을 생산하는 최대 원유 생산업체다. 리비아에서 하루 5만5000배럴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토탈도 생산을 잠정중단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비피(BP)와 노르웨이의 스타트오일은 리비아인이 아닌 직원들을 현지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존 케리 미국 상원의원(민주당)은 22일 성명에서 “리비아에서 활동중인 미국과 각국 기업들은 시민들에 대한 리비아 정부의 폭력 진압이 중단될 때까지 현지 석유 개발 및 생산 작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우려는 궁지에 몰린 카다피가 석유를 ‘무기화’할 가능성이다. 미국의 주간 <타임>은 카다피 정권 쪽 소식통을 인용해 “카다피가 석유시설에 사보타주를 지시했다”며 이는 시설 폭발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부족들에게 혼란과 자신 중 선택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물론 배럴당 100달러의 국제유가는 2008년 7월 배럴당 140달러보다는 30%가량 싸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아직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이미 각국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라 있어, 유가가 추가 급등할 경우 악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뉴욕 증시는 이를 반영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44%, 나스닥지수가 2.74%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번 사태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번진다면 3차 오일쇼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하타나카 요시키 일본 국제개발센터 고문은 “(바레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아파들의 집회가 열렸다고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는다면 원유값이 배럴당 150달러 넘게 폭등할 것”이라며 “다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리비아 등에 견줘 정권이 안정돼 있어 그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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