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래소 시장 재편 일어나나?
모기업 NYSE 유로넥스트, 독일증권거래소와 합병 추진
세계 증시 통합 가속화…런던·토론토 쪽도 합병하기로
세계 증시 통합 가속화…런던·토론토 쪽도 합병하기로
다우지수, 에스앤피500지수를 거느리며 200년 넘게 미국 금융의 자존심으로 군림해 온 뉴욕증권거래소가 유럽 자본에 인수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 언론들은 9일 세계 최대의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의 모기업인 ‘NYSE 유로넥스트’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업체인 독일증권거래소(도이체뵈르세)가 합병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합병 기업의 지분은 두 회사의 현재 기업가치에 따라 독일증권거래소가 60%, NYSE 유로넥스트가 40%를 갖게 될 전망이다. 본사는 뉴욕과 프랑크푸르트에 각각 하나씩 두지만 통합 회사의 이사회 의장은 독일증권거래소의 레토 프란치오니 최고경영자(CEO), 통합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던컨 니더라우어 NYSE 유로넥스트 최고 경영자로 잠정 결정됐다. 두 회사는 성명에서 “합병 협상이 무사히 끝나면 파생상품과 리스크매니지먼트의 세계적인 리더가 탄생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미국 쪽 언론들은 이 소식을 “뉴욕증권거래소가 유럽에서 새 주인을 찾았다”(<뉴욕타임스>)고 전하는 등 이번 거래가 유럽 주도로 이뤄졌음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소 사이의 통합은 중국 등 신흥국 증권시장의 발달로 거래소 사이의 국제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세계 4위 규모의 런던증권거래소와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도 주식교환 형태로 합병을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는 지난해 10월 오스트레일리아 증권거래소를 매입할 계획을 밝히고 오스트레일리아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증권거래소는 이번 합병으로 정보기술(IT) 시스템과 기업 경영 등이 통합돼 3억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92년 5월 처음 증권 거래를 시작한 뉴욕증권거래소는 금융시장 침체로 인한 거래량 감소와 나스닥 등 경쟁 시장과의 경쟁으로 실적이 악화 기로에 있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쪽에서는 파생상품에 강한 독일과 합병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노림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의 마진은 일반 주식거래보다 57% 정도 더 크다. 독일증권거래소 입장에서는 유럽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는‘NYSE 유로넥스트’의 또다른 자회사 유로넥스트를 손에 넣게 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감독 당국의 승인 여부다. 합병 회사가 관리하게 되는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20조달러로 세계 전체 상장기업 시가 총액의 36%에 해당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사가 빠르면 다음 주에 계약타결을 선언할 수도 있지만, (독점 논란 등으로 인한) 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큰 장애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자존심’을 넘겨줬다는 미국 내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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