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엘롭 CEO, 애플·구글에 밀린 위기감 토로
“불붙은 석유 시추선.”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 최고경영자인 스티븐 엘롭은 애플과 구글의 도전으로 위기에 처한 노키아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엘롭은 또 노키아 사원들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내부 문서를 입수해 전했다.
때마침 이날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지난해 휴대전화 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이 28.9%로 2009년(36.4%) 보다 7.5%포인트 줄었다고 발표했다. 2010년 전세계 휴대전화 판매량은 전년에 견줘 31.8% 늘어난 16억대가 팔렸지만, 파이의 몫을 아이폰으로 무장한 애플 등 도전자들이 더 많이 챙겨간 탓이다.
엘롭은 “아이폰이 2007년 처음 나왔는데, 우리는 아직도 애플의 경험에 근접한 제품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안드로이드(구글의 운영체제)가 불과 2년 전에 출현했지만, 안드로이드는 이번주 스마트폰 판매 대수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러한 솔직한 어법은 11일로 예고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앞두고서 나왔다. 엘롭은 자신의 친정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신전략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추락하는 노키아가 쉽게 반전을 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와 언론들은 찾기 어렵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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