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의 전쟁’ 또다른 변수
일부 국가들에서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금리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 경제권과 신흥국 사이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각국 통화당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11.25%로 0.5%포인트 올렸다.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선진 경제권과 신흥국들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물가 고삐 잡기에 나선 것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5.9%로 6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7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폭우도 농산품 가격을 더 밀어올렸다. 번번이 초인플레이션에 발목을 잡힌 역사를 지닌 브라질로서는 물가 상승의 악몽이 무엇보다 두렵다.
역시 높은 물가상승률에 시달리는 중국도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두 달 만에 올렸다. 지난해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려 6.25%에 이른 인도도 이달 재인상이 유력시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예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브릭스 4개국이 모두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한국과 폴란드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성장에서 안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타를 틀게 만든 것은 일차적으로 식료품값의 고공행진이다. 식료품값이 민생을 위협한다는 판단에 앞다퉈 통화량을 줄이려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7% 오른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에서도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도 한몫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고지의 바로 밑에서 언제든 고지를 재탈환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증산에 부정적 반응을 보여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석유 수입국들의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는 “최근 유가 수준은 이미 세계경제에 실질적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문제는 고물가에 대한 자연스러운 처방인 금리 인상이 지금은 더 많은 위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부분 플러스 성장으로 올라선 각국 경제가 금리 인상으로 위축될 일반론적 가능성에다, 선진 경제권과의 금리 차로 인한 신흥국으로의 지나친 자금 유입이라는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는 지난 2년간 달러에 대해 38% 절상됐다. 통화 절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지난해 무역 적자가 전년의 두 배인 710억달러에 이른 브라질에서는 “우리가 환율 전쟁의 최대 희생자”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다른 신흥국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현재 미국은 0~0.25%, 일본은 0~0.1%, 유로존은 1%로 역사적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 남미 국가들은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지만, 금리 차이나 자산 수익을 노리고 선진 경제권의 돈이 몰려들면 통화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 자산 거품이 더 커지는 엉뚱한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강세와 경기 과열은 정책 당국자들에게 몹시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꺾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외환 시장에 개입해 통화가치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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