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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하 자제’냐 ‘저평가 자제’냐…미-중, 환율해법 대립

등록 2010-11-12 10:09수정 2010-11-12 10:1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중 한국말로 “한국과 미국 우리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중 한국말로 “한국과 미국 우리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경주 합의문 문구 변경 주장
위안화 개입 중단 압력…중 반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놓고도 이견
‘환율전쟁’ 해법을 놓고 그동안 장외 설전만 벌여왔던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1일 서울 G20 정상회의 개막과 함께 드디어 얼굴을 맞댄 한판승부를 시작했다. 특히 ‘환율전쟁’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이 막판까지 대립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 실무진 회의, 정상들로 공 넘겨 8일부터 시작된 실무진들의 회의는 10일 셰르파(교섭대표·정상의 대리인)와 재무차관들의 합동회의로 이어졌지만 분위기는 더욱 강경해졌다. 실무진 합동회의는 11일 새벽까지 계속됐으나 합의는 불발됐고, 결국 이날 저녁 시작된 정상들 간 협상으로 공을 넘겼다. 김윤경 G20준비위 대변인은 “재무차관들은 재무부 소속이지만, 셰르파는 정상들과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 되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좀더 ‘경제논리’에 충실한 재무장관들 간의 협상이었던 지난 경주회의보다, 정치적 고려가 강하게 반영되는 이번 정상회의의 합의가 더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참패로 국내에서의 입지가 좁아져 있고, 경기회복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다음 대선 때 연임이 불투명한 상태다. 중국 역시 최근 부동산 거품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내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수출 확대가 어느 때보다 아쉬운 상황이다. 어느 쪽도 이번 회의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 미·중 쟁점마다 대립 이날 협상 난항도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크게 작용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중이 거의 모든 이슈마다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회의 합의문에 포함됐던 “통화의 경쟁적 평가절하(devaluation)를 자제한다”는 표현을 “경쟁적 저평가(undervaluation)를 자제한다”는 문구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저평가’라는 표현이 명시될 경우, 이는 좀더 직접적으로 중국 위안화의 절상을 압박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현재 중국 위안화는 중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높은 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적정 수준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와 각국 정부가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표현이 이렇게 바뀌면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는 것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경상수지 규모를 명확한 수치로 제한하려던 미국의 시도는 독일 등의 반발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한-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국이 통화량을 확장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오로지 경상수지만 갖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경상수지 불균형이 심해졌을 때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를 하는 ‘조기경보체계’를 도입하자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합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막판 타결 기대도 11일 밤늦게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상회의 선언문이 경주회의 합의문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거나 수위가 오히려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환율전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데 정상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막판 절충을 통한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정상들의 업무만찬을 지켜본 한 정부 관계자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정상들의 의지가 강한 것 같더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서울회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다”며 “지금은 이견이 있지만, 결국은 최종 합의가 돼서 코뮈니케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중국 관료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치열한) 논쟁으로 시작해서 컨센서스(합의)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선희 황보연 길윤형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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