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GDP 3% 제한
부채 규모 60% 안넘기로
위반 땐 예치금 몰수할듯
부채 규모 60% 안넘기로
위반 땐 예치금 몰수할듯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 유로존 국가의 재정 건전성 강화 협상이 타결됐다. 그리스 재정 위기 발발 이후 수개월을 끌어온 협상의 타결로 위반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 수단이 등장할 전망이다.
<데페아>(dpa) 통신은 유로존 16개국 재무장관들이 18일 11시간의 마라톤회담 끝에 ‘안정·성장협약’의 강화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재정 건전성 강화안은 이달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추인을 거쳐 내년에 유럽의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재정 건전성 강화안은 기존 안정·성장협약 내용대로 재정적자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각각 3%와 60%를 넘기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개별국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 유로화 지위를 약화시키고 유로권과 유럽연합의 통합 토대를 흔드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유로존은 올해 상반기 그리스 위기로 유로화가 급락한 데 이어, 아일랜드·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의 재정 부실 위험까지 떠오르자 7500억유로(약 1180조원) 규모의 구제기금으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이번 합의에서 방점이 찍히는 대목은 반자동적 제재다. 유럽연합 회원국 투표로 규정 위반국을 지정하고, 6개월간의 시정 기간을 지켜본 뒤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에이피>(AP) 통신은 규정 위반국은 국내총생산의 0.2%를 예치하고,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이를 몰수하는 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의 보조금 지급 중단도 거론된다.
안정·성장협약은 단일화폐를 쓰면서도 재정은 각국이 알아서 운용하는 체제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1999년 유로화 출범 때 도입됐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이 기준을 위반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단일경제권의 주춧돌인 안정·성장협약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합의에 대해 헤르만 판롬파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로화가 통용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개혁 조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몇몇 북유럽 국가를 빼고는 기준을 웃도는 재정적자와 채무를 안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이 경기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긴축재정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일랜드(14.6%), 그리스(13.6%), 스페인(11.2%), 포르투갈(9.4%)은 재정적자가 기준의 3~5배가량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악마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숨어 있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이번 안이 실효성을 잃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