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강해져
신흥국 통화절상으로 수출타격·자산거품 우려
신흥국 통화절상으로 수출타격·자산거품 우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환율전쟁이 내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오히려 격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각) 미국이 15일로 다가온 ‘주요 교역국의 환율 정책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중간선거의 최대 현안인 위안화 문제에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과 ‘유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미국이 실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다음달 G20 회의 때 환율 문제로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미 국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중국이 보유 외환을 더 다변화시킬 수 있다. 일부 신흥시장도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을 견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서울에서 열리는 G20 회의 때 환율을 둘러싼 심각한 ‘주먹다짐’(fistfight)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환율전쟁은 단순한 정책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보는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과 미국·유럽 등은 최근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을 ‘저평가된 위안화’에 있다고 보고, ‘중국의 양보’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 내부의 탓”이라며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1985년 9월 ‘플라자합의’ 때는 일본이 세계경제를 위해 ‘미국 달러의 절하, 일본 엔의 절상’이 필요하다는 해법에 동의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합의 도출이 힘들다는 것이다.
환율 갈등의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남미 신흥국들에 전가될 전망이다. 경제난에 놓인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0%로 유지하자, 남아도는 돈들이 신흥국들로 몰려들어 지난 6월 이후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타이·한국의 통화는 미국 달러에 대해 10% 안팎으로 절상됐다.
결국 견디지 못하는 나라별로 대응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동안 밧화의 급격한 절상으로 고심해 오던 타이 정부가 외국투자자들의 채권 투자로 인한 이자·자본소득에 15%의 세금을 원천징수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브라질도 지난 5일부터 국채 등 고정이익 채권에 대한 금융거래세를 2%에서 4%로 인상했다.
급격한 외화 유입은 단기적으로는 해당국의 통화가치를 상승시켜 수출에 타격을 주고, 금리를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거품을 키울 수 있다. 1990년대 말 한국 등 아시아는 물론, 2008년 유럽발 경제위기의 주인공이었던 그리스·아이슬란드·아일랜드 등도 급격한 외화 유입으로 호경기를 구가하다 거품이 꺼져 나락으로 추락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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