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대한 각국 통화가치 상승률
한국·브라질·남아공 등 통화 10%이상 절상
위안화 2%미만 오른 중과 수출경쟁서 불리
미국 저금리 가속 따른 핫머니 유입도 불안
위안화 2%미만 오른 중과 수출경쟁서 불리
미국 저금리 가속 따른 핫머니 유입도 불안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이 달아오르면서 신흥경제권이 불의의 피해를 입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라, 큰 판을 주도할 수 없는 나라들로서는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연차총회를 하루 앞두고 7일(현지시각)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나라들이 거대한 자본 유입이 일으키는 거품 등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고 언급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과 일본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만들자, 갈 곳 없는 돈이 신흥국들로 몰리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신흥국 통화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타이, 한국의 통화가 미국 달러에 대해 10% 이상 절상됐다. 신흥국들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달러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미국 달러와 등가 수준에 이르렀고, 스위스 프랑도 기록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경기부양 명목으로 풀린 돈 등이 미국의 낮은 금리를 피해 다른 나라로 몰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채권 매수로 막대한 돈을 다시 풀 것이라는 예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단기성 투자자금인 핫머니는 재빠르게 신흥국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 데이비드 카본 싱가포르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하루 20억달러가 신흥국들로 유입된다면서 “수조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 1편’이라는 석탄이 다 타지도 않았는데 또다른 수조달러의 ‘양적 완화 2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들로의 단기자금 유입은 1차적으로 현지 통화가치를 상승시켜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선진경제권에 비슷한 상품을 팔기 위해 다투는 이 국가들로서는 자국 통화가 10% 절상되는 시기에 위안화는 2% 미만만 상승한 것은 특히 불리한 대목이다. 투기성 자금이 자산에 거품을 입히는 것도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남아공 중앙은행 관계자는 “자산 가격 거품과 금융시장 불안정성, 금융시스템의 취약성과 불확실성이 신흥국 경제 전망에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발 ‘돈의 홍수’가 일으키는 부정적 효과가 강조되자, 중국에 집중되던 원망의 화살은 미국으로도 향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양적 완화’에는 경기침체 탈출이라는 정당성이 부여됐지만, 중국과 환율 싸움을 벌이는 지금 시점에서는 환율 조작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신흥국들은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을 외환시장 개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연준의 정책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불렀다고 비판한 바 있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7일 “미국은 ‘우리는 통화를 조작하지 않는다’지만, 중국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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