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6일 중-유럽연합 정상회담에 앞서 헤르만 판롬파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가운데),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브뤼셀/신화 연합뉴스
중국과 정상회담서 대놓고 ‘절상’ 요구
원자바오 “왜 중국만 비난받나” 반발
회담뒤 공동기자회견까지 취소 냉랭
원자바오 “왜 중국만 비난받나” 반발
회담뒤 공동기자회견까지 취소 냉랭
원 총리는 “많은 중국 수출기업의 이윤율이 2~3%밖에 되지 않아, 위안화가 20~40% 절상되면 대규모 부도가 발생하고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돼 사회안정은 어려워진다”며 “중국 경제, 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에도 재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준비된 원고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안화 문제에는 양해를 구하는 수준이던 중국 지도부가 직설적 어조로 반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원 총리는 전날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한테서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요구받자 이날 공개석상에서 정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열린 중-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도 대립은 계속됐다. 외신들은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강대국에는 강한 책임의식이 요구된다”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원 총리는 “왜 중국만 비난받아야 하나. (유럽은) 미국한테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몇몇 유로존 국가들이 곤경에 빠졌을 때 우리는 방관하지 않고 채권을 사줬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아셈의 공동의제를 뒤로 밀어낸 환율 대립은 이날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까지 취소할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로 연결됐다. 유럽연합 쪽은 “유럽연합과 중국은 공통성도 지녔지만 접근방식의 차이도 존재한다”는 짤막한 성명을 내는 데 그쳤고, 원 총리는 성명도 발표하지 않고 다음 방문지인 이탈리아로 떠났다.
유럽이라는 우군을 얻은 미국은 ‘지원사격’에 나섰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저평가된 통화를 지닌 경제대국들이 절상을 억제하면 다른 나라들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경제권이 모두 환율 다툼 무대에 올라섰지만 중재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다 경기하강 소용돌이 속으로 더 깊이 빨려들어간 과거를 떠올려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새 통화질서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히면서도 그 청사진은 내놓지 않았다.
환율 갈등은 미국 워싱턴에서 8~10일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도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폭 절상을 요구하는 서구와 속도 조절을 고수하는 중국의 입장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대립의 골만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6일 “통화를 정책 무기로 사용하려는 생각이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세계경제 회복에 심각한 위험요소”라고 걱정했다.
이본영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bon@hani.co.kr
중국 위안화 둘러싼 미·유럽 vs 중국 공방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