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화 안통해” 민주·공화 ‘환율법안’ 통과시켜
중 “보호무역 핑계 찾지말라”…상원 통과는 불확실
중 “보호무역 핑계 찾지말라”…상원 통과는 불확실
미국 하원이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를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환율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10년래 가장 단호한 조처가 나오면서, 세계경제 ‘넘버 1·2’의 싸움이 회복기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원은 환율 조작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348 대 79라는 압도적 표차로 29일 통과시켰다. 민주·공화 의원들이 의기투합한 보기 드문 표결 결과다.
이 법안은 특정 상품이 아니라 전체 수출품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다. <뉴욕타임스>는 환율 저평가를 수출보조금으로 간주하는 내용이 국제규범에 어긋나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를 인정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샌더 레빈 하원 세입위원장(민주)은 “대화는 통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2276억달러(약 260조원)까지 불어난 대중국 무역적자가 미국 일자리 150만개를 앗아갔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11월2일 중간선거 뒤 상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통과될지 불확실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력한 압박 수단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지난 석달간 위안화 가치를 2% 끌어올린 중국이 대폭 절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서유럽이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일본 엔화의 대폭 절상을 이끌어낸 1985년 플라자합의 때와 지금은 차이가 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미국에게 순응하는 일본과 다르다는 얘기다. 미국 하원 표결 뒤 야오젠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아시아에서는 대규모 적자를 보는데, 미국은 무역적자만으로 위안화가 저평가됐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장위 외교부 대변인도 “환율 법안 통과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중요성을 직시해 보호무역주의의 핑계를 찾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보호주의가 강화되면 불안정한 회복기에 있는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30일 지적했다. 시티그룹의 거시경제 전략가 에린 브라운은 “(세계경제에) 큰 위협인 보호주의가 중간선거 뒤 더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중국 외환보유고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까지 차오르고, 이에 자극받은 나라들이 환율전쟁을 노골화하는 양상을 가리켜 “중상주의가 되살아났다”고 표현했다.
가장 큰 관심은 미·중 대립이 ‘치킨게임’으로 발전해 세계 무역에 치명상을 입힐 것인지로 모아진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계간 <워싱턴쿼털리> 최근호에서 미국은 국채를 중국에 팔아야 하고, 중국은 무역흑자 기조를 지켜야 해 “서로 취약점을 보완해주는 상호의존성을 성급히 깨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대 맞으면 되받아치는 국제관계의 속성이 갈등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본영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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