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추이
미 정부 침묵속 하원 “위안화 방어 명분줘” 비판
간 총리 추가개입 시사…외환시장 영향 제한적
간 총리 추가개입 시사…외환시장 영향 제한적
일본 정부가 15일 전격 단행한 ‘엔화 매도’ 외환시장 개입이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국 통화가치의 강세를 내심 뜨악하게 여기고 있던 아시아 수출국들은 일본의 움직임에 고무돼 “우리도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일본의 시장개입에 침묵했지만, 미국 하원과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센 비판이 흘러나왔다. 일본의 시장개입이 각국의 통화절하 경쟁을 촉발하고, 중국에 위안화를 방어할 명분을 주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국제사회의 반응을 고려할 때, 일본이 엔고의 추가진행을 저지할 뿐, 엔화를 약세로 돌려세우는 정도까지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 사상 최대 2조엔 개입, 85엔대로 15일 일본의 시장 개입은 도쿄시장에서 런던시장으로, 끝내는 뉴욕시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나 유럽중앙은행의 협력을 얻지 않은 단독 개입으로 엔화가치를 달러당 82엔대에서 85엔 후반까지 3% 넘게 떨어뜨린 매우 공격적인 개입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시장개입 규모가 사상최대인 2조엔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간 나오토 총리는 16일 상공회의소 총회에서 “엔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은 허용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필요한 때는 단호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올해 외환시장 개입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40조엔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 아시아 국가들, “우리도 개입” 자국 통화의 강세로 수출에 애로를 겪던 아시아 수출국들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고무된 모습이다. 싱가포르 통화청 관계자는 “싱가포르 달러의 가치가 좀 더 오른다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타이 중앙은행 관계자도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이후의 바트화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약세 정책 탓에 레알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해온 브라질의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일본이 통화안정책을 취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동조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 강한 경계감 내비친 미국, 유럽 미국 재무부는 일본의 시장 개입에 침묵했다. 그러나, 샌더 레빈 미 하원 세입위원장은 15일 중국 위안화 문제 청문회에 앞서 “일본의 개입은 사태를 매우 교란시키는 처사”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경제 분석가들은 일본의 시장 개입이 미국의 중국 위안화 절상 요구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단독개입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해, 적극 찬동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 도쿄시장, “85엔이 방어선인 듯”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최근 엔화 매수는 과도했다”며 “일본의 개입은 정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추가로 이끌지는 분명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본 단독의 시장개입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외환시장에서 다양한 거래가 확대되고 있어, 개입 효과는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하루 세계 외환시장의 엔-달러 거래액은 50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6일 외환시장에서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엔화가치는 약간 올라, 85엔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도쿄 외환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85엔 이하로 다시 떨어질 때 일본 정부가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