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알다시피 저는 캐나다 시민입니다. 그리고 캐나다와 핀란드는 북극권을 나누고 있지요.”
지난 10일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의 시이오(CEO)로 영입된 스티븐 엘롭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사업부 사장은 기자회견장에 모인 핀란드 기자들 앞에서 재치있는 말로 입을 열었다. 145년 동안 이어진 노키아 역사상 처음으로 핀란드인이 아닌 이방인이 사장으로 영입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은 12일 “노키아의 투자자들은 그동안 이사회에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고전하고 있는 노키아의 경영 쇄신을 위해 현 시이오 올리페카 칼라스부오를 해임하고 외부인 사장을 영입하라는 압박을 가해왔다”고 지적했다.
사실 엘롭은 휴대전화 업계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주피터네트워크, 매크로미디어, 어도비 등 미국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일해왔다. 이 때문에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들은 “휴대전화 제조사로 명성을 떨친 노키아가 소프트웨어의 혁신으로 성공한 애플발 스마트폰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저가제품 위주인 노키아 휴대전화의 대당 평균 판매가격은 60달러로 애플의 10분의 1 수준이고, 올 2분기 세계 시장점유율(34.2%)도 지난해 같은 기간(36.8%)에 견줘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방인은 위기에 몰린 노키아를 구해낼 수 있을까. 헬싱키 대학의 역사학자 마르티 하이키오 교수는 “노키아는 (핀란드가 옛 소련의 침공에 맞서 살아남았듯) 애플과 다른 경쟁자들과의 싸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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