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경기회복세 둔화”…더블딥에 디플레 우려
금리 동결·채권 100억달러 매입 등 방안 내놔
금리 동결·채권 100억달러 매입 등 방안 내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회복세 둔화를 공식 인정하면서 경기부양 재개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이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하는데다 경기 재침체(더블딥)와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10일 공개시장위원회를 연 뒤 “단기적 관점에서 경기 회복세가 기대했던 것보다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4%에 그치고, 7월 실업률 또한 9.5%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을 경기 진단에 반영한 것이다.
연준은 높은 실업률과 소득 수준의 느린 상승세, 주택시장 침체, 대출 감소세 등을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꼽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의 입장은 “당분간 역풍이 있겠지만 경기 회복이 진행중”이라던 지난달보다 경기 전망을 한 단계 어둡게 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연준은 이에 따라 연방기금 금리를 0~0.25%로 동결하면서 당분간 이 수준을 유지할 방침을 내비쳤다.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우선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매달 재무부 채권 100억달러(11조7930억원)어치를 사기로 했다. 100억달러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이후 나온 부양책으로는 미미하나, 3월 이후 부양에 나서지 않은 연준의 입장 변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연준이 자칫 시장에 위기감을 자극할 수 있는 본격적인 양적완화 정책 대신 신중하고 온건한 대응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영국·독일 등 유럽 증시가 당장 이 소식에 약세로 출발하는 등 시장은 연준의 금리 동결보다 경기회복 둔화 인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준은 또 현재 2조달러에 이르는 모기지 연계 증권과 재무부 채권 보유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만기를 연장해줘 경기를 떠받친다는 구상이다. 연준은 “가격 안정을 통해 경기 회복을 돕기 위해 증권 보유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공공부문 일자리 30만개 삭감을 막기 위한 260억달러 규모의 긴급 법안에 서명했다. 주요 수혜 대상은 교사들과 경찰관들로, 주정부들의 재정 압박으로 해고 위기에 몰린 이들을 구제하고 실업 발생을 막으려는 조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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