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5조달러 갚아야…회사채 발행 등 자금상황은 악화
전세계 은행들의 단기 채무가 급증하면서 또다른 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은행들이 2012년까지 갚아야 하는 채무 규모는 약 5조달러에 달한다. 이중 유럽 은행들이 2조6000억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미국 은행들도 1조3000억달러를 빚지고 있다. 은행들은 단기 채무 상당 부분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차환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는 심각하다. 시장정보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금융기관이 발행한 회사채 액수가 지난달 107억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 1월의 1006억달러에 견줘 크게 준 액수다.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리처드 바웰은 “거대한 절벽 끝을 향해 내달리는 상황”이라며 “(단기 채무 문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주요 은행들이 지난 2008년말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도 단기 채무는 많은데 돈을 조달할 곳은 없는 현상을 이미 겪었고, 일부는 중앙은행 개입이 없었으면 무너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단기 채무 급증은 최근 더욱 두드러진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은행들이 발행한 회사채 만기는 평균 4.7년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가장 짧은 만기다.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우량 채권과 비우량 채권을 구분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단기 채무 급증 현상이 은행의 양극화와 경제성장 저해 현상을 부를 것으로 진단했다. 자금시장에서 비싼 값으로 돈을 조달해야 하는 소규모 은행들이 인수합병되거나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들이 일반 고객에 대한 대출을 줄여 차입압박을 줄이려는 시도를 강화할 수 있는데, 이는 회복세에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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