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실리’ 노린 중국 양보…대만은 ‘경제 실리’
인구 14억 중화경제권 탄생…한국 경제 영향 클듯
* ECFA : 경제협력기본협정
인구 14억 중화경제권 탄생…한국 경제 영향 클듯
* ECFA : 경제협력기본협정
29일 오후 중국 충칭의 소피텔 호텔. 천윈린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과 장빙쿤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이 양안간 자유무역협정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하는 순간 전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의 플래시가 잇따라 터졌다. 분단 61년 만에 중국과 대만이 이뤄낸 양안 경제 통합은 ‘차이완(차이나+타이완) 시대’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인 동시에 거대한 중화경제권 완성을 전세계에 알렸다. 협정이 체결된 충칭은 1940년대 국공내전 시기 국민당 정부의 임시수도였다. 이날 양쪽은 과거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역사의 무대에서 다시 극적인 화해를 선언했다.
■ 중국의 통 큰 양보 이번 협정에서 대만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중국은 대만 기술을 접목한 경제 업그레이드라는 목표 외에 대만과의 통일을 향한 초석이라는 정치적 의미에도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중국이 대만에 큰 양보를 한 점이 눈에 띈다.
협상의 초점인 ‘조기수확’(우선 관세 철폐) 리스트를 보면 양쪽이 806개 품목의 관세를 2년 안에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는데, 중국은 대만에 539개 품목을 우선 개방하고 대만은 중국에 267개 품목을 우선 개방하기로 해 대만에 훨씬 유리하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중국은 대만에 회계·연구개발·병원·은행·보험 등 11개 서비스 업종을 우선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대만계 은행의 지점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개설 1년 뒤엔 위안화 영업이 가능토록 했다. 대만은 중국에 9개 서비스 업종을 개방하기로 했다. 대만산 농산물은 대 중국 수출이 허가되지만 중국산 농산물의 대만 수출은 제한된다. 중국 노동자가 대만에 취업하는 것도 금지됐다.
■ 중화경제권의 등장 중국과 대만의 협정 체결로 중국-대만-홍콩-마카오를 잇는 중화경제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구 14억, 국내총생산(GDP) 5조3000억달러의 거대 경제권이다.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를 반환받은 뒤 ‘일국양제’ 안에서 경제통합을 가속화하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2003년에 맺었다. 이어 2008년 5월 대만 마잉주 총통이 취임하자 대만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추진해 왔다. 천윈린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장은 28일 “이번 협정은 중화민족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양안이 함께 선택한 중요한 전략적 방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중국이 저임금 노동에 의존한 경제모델을 넘어서기 위한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자본·노동 경쟁력과 대만의 기술력이 합쳐지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대만의 고민 올해 1월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이 전면 발효되고 중국이 한국·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 것은 경쟁력 상실을 우려한 대만 정부가 중국과의 협정 체결을 서두르게 된 주요 동력이었다. 올해 1월26일 첫 실무회담을 시작한 뒤 5개월 만에 서명에 이르렀다. 중국은 대만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이번 협정으로 2020년까지 대만 GDP가 5.3%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 서명한 경제협력기본협정은 7월중 대만 입법원에서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여당인 국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야당인 민진당 등은 대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갈 뿐 경제 전반에는 부작용이 크고 주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협정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6일 경제협력기본협정 반대 집회에는 3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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