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등 3대 거대사, 그리스 위기 부채질 의혹
감시감독 강화키로…유럽 평가사 설립 검토
감시감독 강화키로…유럽 평가사 설립 검토
유럽연합(EU)이 신용평가회사들을 상대로 직접 감독에 나선다. 그리스발 유럽 금융위기를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피치,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미국 3대 신용평가회사에 대해 칼을 빼든 것이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신용평가회사 감독 강화안을 발표했다. 내년 출범 예정인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역내에서 활동하는 신용평가회사의 등록, 일상적 영업활동 감시, 검사 활동 수행을 하겠다는 게 뼈대다. 처벌로는 벌금과 영업정지가 있다. 영업정지는 일정 기간을 지정하는 게 기본이지만 영구적 영업정지 조처도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의 직접적 계기는 올 초부터 시작된 그리스 위기다. 유럽연합은 신용평가회사들의 그리스 신용평가 등급 강등이 그리스 국채 이자율을 솟구치게 하는 등 위기를 부채질했다고 보고 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출발점인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상품에 ‘트리플 에이’를 아끼지 않았던 점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신용평가회사들이 금융회사들이 내는 수수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등급 평가가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하원안 조정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 미국의 금융규제안에도 신용평가사에 대한 감독 강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 메이저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유럽 신용평가사 창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메이저 신용평가회사 3곳 전부가 같은 나라의 회사라는 사실이 정상인가? 신용평가라는 중요한 일을 하는 신용평가회사가 규제에서는 빠져나와 있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메이저 3사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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