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지지도 추이
독일 국민 구제금융 반발
6개월새 지지율 30%p
* 메르켈 : 독일 총리
6개월새 지지율 30%p
* 메르켈 :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55) 독일 총리가 유럽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메르켈은 2005년 11월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통독 이후 첫 동독 출신 총리에 오른 뒤, 연립정권 출범 이후 1년 동안이나 80% 안팎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누려왔다. 이같은 지지율 고공행진은 재집권에 성공한 석달 뒤인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도 70%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그리스발 유럽 금융위기 이후 메르켈은 독일 안팎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아아르데>(ARD)가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업무수행에 만족한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48%에 그쳤다. 이는 전달보다 7%포인트, 최근 6개월새 무려 30%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에 대한 실망감은 이보다 더 하다. 응답자의 58%는 메르켈의 보수당이 중도좌파 사민당과 연정을 꾸리는 것이 지금의 보수-자민 연정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지율 급락은 독일 의회가 지난 11일 격론 끝에 유로존의 재정 안정을 위해 1500억 유로의 자금 지원을 승인한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은 국내 납세자들의 반감을 우려해 유로존 자금지원안 의결을 지난 9일 치러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 선거 이후로 미뤘지만 대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29일치 사설에서 “메르켈의 이같은 행동은 독일이 한때 지나간 옛일로 생각했던 치명적인 (국제적) 고립 경향을 보여준다”며 “이것은 우방국들이 독일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게 할 뿐 아니라, 전지구가 연결된 오늘날 세계에서 전혀 무의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요시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도 지난주 독일 주간 <슈피겔>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가 서투른 솜씨로 일을 망쳐놓고 나라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뉴욕 타임스>는 지난주 사설에서 “최근 몇달 동안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유럽 다른 나라들과 미국의 모든 호소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고, 한때 전유럽이 메르켈의 승인이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유럽 금융위기를 맞아 재정지출 감축과 증세 정책까지 준비 중인 메르켈 총리가 옛날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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