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놀기 좋아하는 남유럽 도와야 하나?”
남쪽 “강한 유로 정책이 경쟁력 약화시켜”
남쪽 “강한 유로 정책이 경쟁력 약화시켜”
남과 북은 잘못된 만남이었나?
유로화가 위기를 맞으면서 유로존 내 남북 갈등의 골이 깊게 파이고 있다. 독일을 위시해서 핀란드와 프랑스, 네덜란드같이 경제 사정이 좋은 나라의 국민들은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남쪽 국가들이 이번 위기의 주범이라며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유럽인들이 놀기 좋아한다며 남유럽 국가를 유명 리조트 업체 이름에 빗대어 ‘클럽메드 국가’라며 비아냥대는 것이 대표적 시각이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유럽 국제정치센터’의 프레드리크 에릭손은 “그리스 사태는 다른 남유럽 국가에 대한 경고였다”며 “잠시 동안은 휴가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위기는 결국 찾아오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남쪽 국가들은 ‘강한 유로화’를 지향하는 북쪽 국가들과 달리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로화 가치가 일정 정도 조정되기를 원했다. 이탈리아는 1981년과 1985년, 1992년에 독일 마르크화 대비 이탈리아 리라화 평가절하를 5차례 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유로화 도입 이후 독자적인 평가절하를 할 수 없었고, 이탈리아와 비슷한 다른 남쪽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이탈리아 노동장관 로베르토 마로니는 “유로를 포기하고 리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해묵은 남북 갈등은 이달 초 그리스에 1100억유로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구제금융 합의 발표를 얼마 앞둔 시점에 독일 신문들엔 “그리스의 호사스러운 연금생활자를 구제하기 위해 독일인들의 세금을 쓰려 한다”는 자국민의 반발 목소리가 실렸다. <에이피>(AP) 통신은 그리스 위기로 촉발된 유로화의 위기가 유럽 내부의 문화갈등까지 부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를린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회사 피에스아이 에이지(PSI AG)의 최고경영자 하란드 슈림프는 “유로존 북쪽과 남쪽의 차이는 유럽의 진정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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