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주가 2~3% 급락…“투자자들 위축”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남북간 긴장 고조가 세계 증시에 새로운 악재로 등장했다.
25일 미국 뉴욕 증시는 개장 15분 만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5%까지 떨어지며 1만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에스앤피(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기다렸다는 듯 고꾸라졌다. 뉴욕 증시는 오전장에서 낙폭을 2% 안팎으로 줄였지만, 이날 시차를 두고 아시아와 유럽을 돌아온 폭락 분위기가 세계 증시를 휩쓸었다.
앞서 아시아 각국 대표 지수들은 일본이 3.06%, 중국이 1.89%, 홍콩이 3.47%. 대만이 3.23%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이어 유럽 증시도 독일(2.64%), 영국(2.62%), 프랑스(3.28%)를 비롯해 예외 없이 2~4%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세계 증시 동반 하락은 잠들지 않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이 지난 22일 경영난에 빠진 한 지방은행의 강제합병을 발표한 뒤, 국채를 둘러싼 우려가 은행권으로까지 번졌다. 유럽 은행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후보군으로 불리는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 국채에 2조2700억유로(약 3508조원)를 투자하고 있어, 민간은행의 부실화 문제가 조명되는 분위기다. 스페인의 4개 은행은 25일 생존을 위해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외신과 증시 전문가들은 여기에 한반도 상황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한 증권회사 간부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세계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은 가운데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등은 북한의 남북관계 단절 선언과 전투태세 돌입설, 남한의 주적 개념 부활 방침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증시에 악재를 보탰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7개 회원국의 은행세 도입안을 마련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 역내시장담당 집행위원이 내년에 도입할 연간 수십억유로 규모의 은행세 법제화안을 26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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