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왼쪽)와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운데), 디디에 렌데르 벨기에 재무장관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ECB, 유로존 국채 165억 유로 매입 등 안정책 잇따라
올해 달러 대비 15% 하락…투자자 미국으로 발길 돌려
올해 달러 대비 15% 하락…투자자 미국으로 발길 돌려
유럽이 유로화의 쉴 새 없는 추락을 멈추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7일(현지시각) 유로존 국가 채권 165억유로어치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지난주 초 7500억유로(106조4130억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책과 함께 나온 국채 매입 방침을 실천한 것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를 불식시키고 유로화를 떠받치려는 조처다. 이날 유로존 16개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유로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우리는 유로가 신뢰할 만한 통화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유로존 국가들은 이날 그리스에 지원하기로 한 1100억유로 중 145억유로를 집행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과 유럽중앙은행이 주초에 동시다발적으로 유로화 띄우기에 나선 것은 벌써 3주째다. 하지만 지난 10일 대규모 안정책 발표 뒤에도 하락을 멈추지 않았다. 유로는 달러에 대해 1년간 8% 평가절하됐는데, 이 정도 하락폭은 0.8달러대까지 곤두박질친 2000년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초부터만 따지면 15% 폭락이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지난 17일 4년 만의 최저치인 1.2235달러까지 떨어진 유로는 연말에 1.15~1달러 수준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달러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달러자산 비중을 줄여오던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미국 재무부 장기채권 보유액을 177억달러 늘렸다. 6개월 만의 반전이다. 투자자들은 유럽 대신 미국 증시로 돈을 넣고 있다.
유로화 하락은 상품·서비스의 상대가격을 낮춰 수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로존 경제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달러 대비 10% 하락은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에 0.5%의 플러스 효과가 있다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수입물가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신이 투자자들을 떠나게 만들기 때문에 해악이 더 크다는 게 유럽 정책 당국자들의 인식이다. 유로존의 결속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르코 안눈치아타는 “유로존 붕괴는 여전히 현실성이 없는 말이지만 더 이상 상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유럽연합이 18일 재무장관 회담 등에서 헤지펀드와 신용평가기관 규제를 논의하는 것도 이들의 개입으로 유로가 하강하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대규모 금융시장 안정책 발표 뒤 유로 대비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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