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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유로존을 구하라’ EU ‘연대보증’ 극약처방

등록 2010-05-10 20:29수정 2010-05-10 22:14

유럽 각국의 재무장관들이 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날 유럽차원의 항구적인 재정안정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전격 합의하고 최대 7500억유로 규모의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유럽 각국의 재무장관들이 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날 유럽차원의 항구적인 재정안정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전격 합의하고 최대 7500억유로 규모의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브뤼셀/AP 연합뉴스
별도기구 통해 16개국이 4400억 유로 보증
규율위반 관리 관건…영 등 비유로국 불참




[7500억 유로 구제기금] EU 재무장관회의 안팎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재정지원을 넘어 유로존 전체를 연대보증으로 묶는 승부수를 던졌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1999년 유로화 출범에 이은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의 짐을 나눠 지는 선택은 유럽의 경제 통합을 공고화할 수도 있으나 자칫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 초유의 지원 규모 10일(현지시각) 발표된 대책은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다. 7500억유로(약 1102조원)는 미국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뒤 부실 금융기관들에 투입한 7000억달러를 넘어선다.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약 1063조원)보다 많다.

이 돈이 전부 차관으로 직접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 회원국 27곳 중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유로존) 정부가 부담할 4400억유로는 ‘(가칭) 유럽 금융 안전 기구’에 제공할 보증 규모다. 3년간 한시적으로 활동할 ‘유럽 금융 안전 기구’가 자금을 융통해 빌려줄 때 유로존 국가들은 이 기구의 채무 상환을 보증하게 된다. 국가별 부담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제 규모에 따른 할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유럽연합은 밝혔다.

국제통화기금도 이번에 7500억유로 중 2500억유로를 떠맡기로 했다. 이밖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별도로 600억유로의 재정안정 지원기금을 조성해 필요한 국가에 곧바로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 금융시장 안정책
유럽 금융시장 안정책
■ 유럽연합 근본적 변화 예고? 지난주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이 물에 빠진 이에게 동아줄을 던지는 것이라면, 이번 안은 함께 허리를 묶고 물살을 헤쳐나가겠다는 것이다. 지원국들은 그만큼 큰 위험을 떠안는다. 극약 처방 이유에 대해 올리 렌 유럽연합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유로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그동안 서로의 의무나 채무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약 내용에 따라 다른 회원국의 재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에 유로존이 별도 기구를 설립해 채무 보증을 하는 것은 “원칙을 우회하려는 기발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채권을 구입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필요할 경우 개별국의 국채를 사겠다고 밝힌 것도 ‘편법’을 예고한 셈이다.



‘제2 리먼’ 공포감에 유로존 국가들 “연대 보증”
‘제2 리먼’ 공포감에 유로존 국가들 “연대 보증”
이번 안을 통해 각국이 구제금융과 채무 보증관계로 묶임에 따라 1999년 단일 통화권 출범에도 불구하고 재정은 각자 알아서 하는 시스템은 상당 부분 허물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이 통일된 재정정책을 펼칠 명시적 권한이 없는데다, 과세나 예산 편성은 국가 주권의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에 실제 시행과정에선 각국이 부담만 나눠진 채 ‘규정 위반국’은 다스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 시각차 드러낸 마라톤회의 재무장관 회의의 대책은 시장의 환영을 받았지만, 회원국들 사이에는 틈이 벌어졌다. 비유로존 11개국이 4400억유로 규모의 보증 제공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앨리스터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보증 문제에 대해 “유로존 국가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재무장관들은 애초 9일 오후 회의를 연 데 이어 기자회견까지 하기로 했지만, 회원국들의 부담 배분 문제 등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져 11시간이 지난 10일 새벽 2시에야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번 회의는 10일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먼저 개장하는 일본 도쿄 증시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는데, 결과적으로 도쿄 증시 개장 뒤 9분이 지나 결과가 보도되면서 극적 효과를 높였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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