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오름세로
그리스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무려 7500억유로(약 1102조원)의 구제금융기금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10일(현지시각) 세계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대책에 유로화도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연합 소속 27개국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10일 새벽까지 11시간 넘게 이어진 긴급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전체로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5000억유로(735조원)의 구제금융기금 조성에 전격 합의했다. 국제통화기금도 2500억유로(약 367조원)를 조성하기로 해 재정안정 조처에 동원할 수 있는 기금 규모를 최대 7500억유로로 키웠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 국가의 국채 매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유럽에 대한 달러 공급 방침을 밝히는 등 금융시장 안정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전례 없는 구제금융 규모에 금융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이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는 4~9% 급등으로 마감했다. 미국 증시도 이날 개장 초반 약 4% 뛰어올랐다. 일본과 홍콩 증시도 1~2%대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 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1유로에 1.27달러까지 떨어졌던 유로화는 1.29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이번 사태의 진원인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12.171%에서 이날 6.573%로 급락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지난주 14%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의 코스피 지수도 닷새 만에 반등하며 전 거래일보다 30.13(1.83%) 오른 1677.63으로 거래를 마쳤다. 요동치던 환율도 사흘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3.30원 내린 113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 그리고 각국 정부가 적극 진화에 나서면서 그리스발 재정위기의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닌데다 역내 불균형 문제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언제든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석태 에스시(SC)제일은행 상무는 “유럽 경제의 불균형을 치료하고 근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돈으로 위기를 떠받치는 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본영 홍대선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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