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스페인 등으로 확산우려…지원국선 구제 반대론 거세
독일, 재정적자국 퇴출 등 검토…내정간섭 시비 우려
독일, 재정적자국 퇴출 등 검토…내정간섭 시비 우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투입 결정에도 불구하고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도지면서, 특단의 조처에 나선 유럽연합(EU)의 미래에 불투명성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원국과 피지원국 모두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유럽연합의 정치·경제적 통합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일 연방의회에 1100억유로(약 161조원)의 지원액 중 독일 몫인 220억유로의 집행 승인을 촉구하면서 “유럽이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유로존) 정상들은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6일 시장 안정책을 논의했다.
유럽연합 지도부가 바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유럽은 물론 미국과 아시아 금융시장도 흔들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이 허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가 그리스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중요한 것은 그리스 자체가 아니라 나머지 유로존 국가로의 집단적 위기 전파”라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올해 12%로, 회원국 중 최악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최초이면서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구제금융은 회원국에서 국내 정치적 역풍도 부르고 있다. 독일에서는 오는 9일 유권자의 4분의 1 가까이가 참여하는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주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메르켈 총리는 “전 유럽이 독일을 주시하고 있고, 우리를 배제하거나 우리가 반대하는 결정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지원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다.
지원국 여론의 반대에는 그리스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 단일 통화를 지켜야 하는 유로존으로서는 개별국 정부의 실패를 막아야 하지만 회원국 정책에 간섭할 수단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유럽 경제의 맏형인 독일 정부는 재정 감독을 강화하고, 부실 국가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개혁안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기준치로 삼은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 3%를 충족한 국가는 지난해 27개국 중 4개국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정 간섭 시비를 부를 수 있는 시도는 유럽연합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일 3명의 희생자를 낳은 그리스의 긴축안 반대 시위는 유럽연합이 당면한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군복을 입은 메르켈 총리 뒤로 군 헬리콥터들이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점령에 나선 듯한 이미지의 표지를 실었다. 그리스 의회는 7일 긴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무원-노동자층의 반발이 격화되면 그리스의 경제 위기와 정치 위기가 서로를 키우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프랑크 발터 스타인마이어 독일 사회민주당 당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유럽연합이 1950년대의 태동기 이래 가장 큰 도전을 만났다”고 표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혼란속 아테네 그리스 아테네에서 5일 긴축안 반대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 때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숨졌으며 한 여성이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긴축안 반대 시위는 6일에도 이어졌다. 아테네/신화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