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인이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다우지수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국가신용등급 강등 악재로 1만1000선이 무너져 1만991.99로 마감했다. 뉴욕/AP 연합뉴스
85억유로 상환 막막…IMF 추가지원 고려
스페인도 ‘위험’…독, 그리스 지원에 부정적
유로존 대응 실패 ‘급속한 위기확산’ 가능성
스페인도 ‘위험’…독, 그리스 지원에 부정적
유로존 대응 실패 ‘급속한 위기확산’ 가능성
그리스 신용위기 충격 그리스 신용위기 확산이 출범 12년을 맞은 유로화 체제를 흔들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현지시각)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인 BB+(투자부적격)로 낮추고, 포르투갈의 장기 신용등급을 A-로 2단계 낮추는 조처를 취한 것이 상징적이다. 스페인도 28일 AA로 1단계 낮아졌다. 포르투갈까지 확산된 사태를 두고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유로화 구상이 처음 나온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경고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유로화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섰다”고 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두 나라 모두에 신용등급 추가하락 가능성 경고도 잊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지속되어왔던 그리스 위기가 포르투갈까지 번지며 유로화 체제 자체를 흔들고 있는 데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국가들) 국가들의 대응 실패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두달이 흐른 지난달 말에야 그리스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으로 450억유로 지원안을 내놨다. 그나마도 ‘그리스 요청이 있을 경우’와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탁자 위에 돈뭉치를 올려놓았지만 더이상의 행동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당시에도 6%대로 높았지만 지금은 11%대로 뛰어올랐다. 과도한 그리스의 재정적자(지난해 국내총생산의 13.6%)로 시작된 문제는 유럽 경제대국으로의 위기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그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국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우리는 그리스와 다르지만 시장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스페인에 우려의 눈길이 쏠린다. 스페인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1.4% 수준으로 그리스보다는 낮다. 하지만 유럽 5번째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갖고 있는 올해 만기 도래 채무는 2250억유로로, 그리스 전체 경제 규모와 맞먹는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전문가들이 ‘최악의 상황’으로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유로존 국가는 아니지만 이미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11.6%에 이른 영국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경우다.
이번 그리스발 위기 확산 과정을 통해 유럽연합 단일 통화 체제인 유로화 자체의 취약함은 다시 한번 부각됐다. 유로존 국가들은 개별국가가 자국 통화를 더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고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을 쓸 수 없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완전히 통합되어 있지 않은 유럽연합의 분열된 행보는 단일하고 집중된 대응책 마련을 가로막고 있다.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국민들이 세금으로 그리스 구제금융을 하는 데 반대해 지원을 계속 미뤄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8일 일러야 5월7일 그리스 지원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위기의 다음 분기점은 85억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새달 19일이다. 그리스 재무장관은 “5월19일 지원 자금이 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스가 자금시장에서 돈을 더는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국제통화기금이 100억유로를 그리스에 추가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유로존 국가들은 새달 10일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28일 전해졌다. 시장은 그때까지 ‘터지기 직전 폭탄’ 같은 유로존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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