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단기공매로 이익 챙겼다”…상원조사위 압수 내용 공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골드만삭스가 단기공매(숏 포지션)로 오히려 큰 수익을 냈음을 뒷받침해주는 최고경영진의 전자우편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는 2007년 하반기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진이 쓴 전자우편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24일 전했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2007년 11월18일에 쓴 전자우편에서 “물론 우리는 돈을 잃었지만, 나중에 잃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숏 포지션으로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메일에서 “사태는 아직 안끝났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덧붙여, 모기지 업체들의 연쇄부도와 서민들의 파산 위기가 오히려 자신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음을 내비쳤다. 골드만삭스의 고위 경영간부인 도널드 멀린도 그 한달 전 전자우편에서 “아마도 우리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 같다”라고 적고 있다.
단기공매란 주식 등 금융자산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브로커 등에게서 주식을 끌어다가 비싼 값에 매도한 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같은 주식을 되갚아 돈을 버는 수법이다.
골드만삭스의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비니어도 현재 골드만삭스 회장인 개리 콘에게 보낸 같은해 7월25일치 전자우편에서, 골드만삭스가 단기공매로 5100만 달러를 번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수치는 ‘빅숏’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말해준다”고 썼다. 자신들이 단기공매로 큰 이익을 보는 반면, 대다수 모기지업체와 대출자들은 막대한 금융손실을 입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의 전자우편들은 27일 미 상원에서 골드만삭스가 금융위기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청문회를 앞두고 공개됐다. 청문회에는 블랭크페인을 비롯해 골드만삭스의 전현직 최고경영진 7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미 금융거래위원회 지난㎞ 16일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는 등 오바마 정부는 전방위적 금융개혁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칼 레빈 상원의원은 24일 성명에서 “(당시의) 이메일들은 골드만이 모기지 시장에서 투기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골드만 삭스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며 미국 정부로부터 1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자금까지 지원받았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쪽은 상원 소위원회가 의회에 제출한 2천만 페이지 분량의 문서자료 가운데 일부 전자우편만을 선별해 공개했다며, 당시 큰 이익을 거둔 사실이 없다고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이번 이메일 공개로 드러난 새로운 의혹은 미국 정부와 골드만 삭스는 마지막 결전의 판을 벌여놓았다”고 평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