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일 미국 의회가 마련한 금융위기조사위원회에서 증언을 하기에 앞서 손을 들어 위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청문회서 ‘집중 포격’ 당해
“회사들이 잘못 판단” 전가도
“회사들이 잘못 판단” 전가도
‘미국 경제의 마에스트로’(거장)라는 칭송을 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7일 금융위기 조사대에 섰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미 의회가 마련한 금융위기조사위원회 증인으로 불려나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의회에서 한때 그린스펀의 말이 신탁과도 같은 의미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처지가 뒤집혔다”고 평했다. 의원들은 그를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브룩슬리 본 의원은 “연준이 금융위기를 막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하며 질문 도중 “실패”라는 단어를 9번이나 사용했다. 본 의원은 1990년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 당시 파생상품 거래 규제를 주장했으나 시장 자유를 주장하는 그린스펀 등과 충돌해 패배한 악연이 있다. 위원회의 필 앤절리디스 위원장도 “내 생각에 당신은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었고, 막아야 했지만,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이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백전 노장 그린스펀은 잘못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했다. 그린스펀은 “공직에 있던 21년의 시간 동안 70%는 옳은 판단을 했다”며 “하지만 30% 정도 시간은 많은 잘못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규제 부족 지적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1999년과 2001년, 2004년에 제정했다”며 “다른 규제를 했어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파생상품 투기도 규제 부족이 아니라 회사들의 판단 잘못으로 돌렸다. 또 “국제경제 여러 부분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 위기를 촉발했다”며 미국 밖 투자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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