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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중 자동차산업 ‘화려한 외출’

등록 2010-03-29 20:09수정 2010-03-29 22:03

중국 자동차 업체 주요 해외 업체 매입 사례
중국 자동차 업체 주요 해외 업체 매입 사례
지리자동차, 스웨덴 볼보 18억달러 인수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28일 미국 포드사의 자회사 볼보를 18억달러 인수 계약을 한 사건을 이렇게 평했다. 지리자동차의 볼보 인수는 중국 자동차 업체의 국외 인수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며 국제적 명성이 있는 브랜드를 인수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지난해 판매와 생산에서 미국과 일본을 모두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양적 성장이라는 배경에 더해, 볼보 인수는 조립 수준의 기술에 내수용이라는 중국 자동차회사에 대한 낡은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은 거대한 자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지난해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빅3가 내놓은 매물에 꾸준히 입질을 해왔다. 베이징차는 지엠(GM)의 자회사 오펠과 사브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사브의 엔진과 변속기 기술을 2억달러가량에 사들였다. 쓰촨 텅중중공업도 마지막에 중국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지엠의 스포츠실용차(SUV) 브랜드 허머 인수에 합의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일 뿐 아니라 중국 자신이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이로 등장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은 28일 스웨덴 볼보 본사에서 열린 계약식에서 볼보를 호랑이에 비유하며 “지리자동차가 호랑이를 자유롭게 해줄것”이라고 장담했다. 볼보는 7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제조업체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다. 1959년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만들었으며 안전한 차를 생산한다는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볼보는 고급차에 가까운 브랜드로 인식되며 메르세데스벤츠, 베엠베(BMW) 등에 밀려온 게 사실이다. 지난 99년 볼보의 승용차 부문을 사들인 미국 포드도 결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볼보는 지난해에도 판매가 11% 격감했다.

생산 대수 기준으로 중국 12위(국외 합작 법인 포함)인 지리자동차가 볼보라는 호랑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볼보처럼 유명 브랜드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으며, 스웨덴 내 노조의 반발이 우선 걸림돌이다. 리 회장이 스웨덴 공장과 연구센터 유지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고급차 시장에 볼보 브랜드를 안착시킬 수 있느냐도 문제다. 지리자동차는 당장 3분기까지 관계당국의 허가와 필요자금 조달이라는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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