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가 0~0.25%의 ‘제로 금리’ 수준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현재의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 정책금리는 2008년 12월 이후 1년3개월째 제로 수준에 묶여 있다.
또 공개시장위원회는 이날 회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상당 기간에 걸쳐 예외적인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애초 연준이 이번 발표에서 금리는 동결하더라도, 저금리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준은 ‘상당 기간’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고, 시장은 이를 최소한 상반기 중에는 통화긴축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43.83(0.41%) 올랐다.
벤 버냉키 의장이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출구전략’을 언급한 것과는 달리, 연준이 앞으로도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경기회복이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난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아직은 금리인상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미 경제가 탄탄해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물가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금리인상 압박이 덜한 것도 연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금리는 동결했지만, 경기평가는 상향조정했다. 연준은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있고, 기업의 설비·소프트웨어 투자도 상당한 정도로 늘고 있다”며 “경제활동이 지속적으로 강화됐다”고 규정했다. 또 1조25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증권(MBS)과 1750억달러 규모의 기관채권 매입은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비록 당분간 금리는 동결하지만, 내부적으론 조금씩 출구전략을 진행해 나간다는 것을 암시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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