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으로 부채 감추게 도와…CDS 투기로 위기 부채질도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그리스 재정 위기를 키우는 거래를 했는지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25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골드만삭스와 다른 회사들이 그리스와 했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정부가 통화 스와프 방식으로 유럽연합의 규제를 피해 수십억달러를 빌려 재정 적자를 감출 수 있게 도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리스 재정 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2.7%에 이를 만큼 심각하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조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골드만삭스의 신용부도 스와프(CDS) 거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재정적자를 장부상에서 감추는 일을 도왔지만, 한편으로는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파생상품인 신용부도 스와프에 그리스 부도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베팅하는 ‘이중 플레이’를 해왔다. 버냉키 의장은 “신용부도 스와프는 헤지(위험 회피)라는 측면에서 유효성이 있다”며 “그러나 이런 거래를 통해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 대형은행들의 그리스 부도 위험에 대한 신용부도 스와프 투기 때문에 투자가들은 그리스 국채를 사기 꺼리게 됐고, 결과적으로 그리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다. 독일 집권 기민당도 주요20개국(G20)이 위기를 부채질하는 신용부도 스와프 투기 행위를 금지할지 토론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그리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25일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계획에서 이탈한다면 신용등급을 현재 A2에서 두 단계가량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경고는 전날 에스앤피(S&P)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에 이어 나온 것이다.
그리스 다음으로는 스페인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유로화를 쓰는 유럽국가인 유로존 내부 4위 경제국인 스페인이 19%에 달하는 실업률과 주택거품 붕괴, 재정적자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스페인이 위기에 빠지면 유로존 전체를 뒤흔들 위기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